27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개편안에 반대하는 이스라엘 시위대가 예루살렘 의회 앞에 모여 항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법 개편안을 공개 반대한 국방부 장관을 해임한 뒤, 이스라엘 내 전국적 파업이 예고되며 정국이 더욱 격랑에 휩싸였다.
27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집권 연정이 추진해온 사법 개편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기자회견은 연기됐다. 이날 현지 매체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 개편안 입법을 보류한다는 발표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이날 80만명 회원수를 보유한 노동조합 ‘이스라엘 노동자 총연맹’은 전국적 파업을 선언하고 사법 개편안을 반대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합류했다. 보건·운송·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노조원들은 사법 개편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국가 경제가 마비될 것이라 경고했다. 이스라엘 의사연합도 사법개편안 입법을 중단하지 않으면 28일부터 의료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예루살렘, 텔아비브 등 주요 도시에는 수만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고속도로를 점거했다. 격분한 일부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기도 했다.
26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개편안에 반대하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현재 사법 개편안 입법은 이스라엘 의회 ‘크네세트’ 본회의 표결만을 앞두고 있다.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이스라엘 국민의 통합과 책임을 위해 입법 절차를 즉각 중단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에서 대통령은 형식적 역할에 그치고 행정부 권한은 총리와 내각에 있지만 이례적으로 대통령이 나서서 사법 개편안 입법 중단을 압박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제1여당 리쿠드당 의원들과 연정 내 일부 장관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입법 중단을 결정할 경우 따르겠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극우 성향의 벤 그비르 국가 치안 장관은 “정부는 ‘사법 개혁’을 계속해야 한다”는 공개 메시지를 계속 내고 있다.
미국과 독일 등도 네타냐후 정부에 우려를 표하며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26일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명의로 이스라엘 사태에 대한 성명을 내고 “우리는 심히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 지도자는 가능한 빨리 타협안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19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타협을 압박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지난 16일 독일을 방문한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한 후 사법 개편안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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