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남부 노보로시스크의 석유 시설에 유조선이 정박해있다. AP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 조처로 전통적인 판로를 잃은 러시아 에너지 기업이 인도에 판매를 늘리기로 합의했다.
29일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석유기업 로스네프트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인도 최대 원유 정제회사인 인도석유공사(IOC)와 거래를 확대하는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고르 세친 로스네프트 대표는 시리칸트 마드하프 바이댜 인도석유공사 대표와 만나 러시아가 인도에 석유 공급량을 점차 늘리고 다양한 등급의 원유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이 행사엔 하딥 싱 푸리 인도 석유·천연가스부 장관도 참석했다.
두 기업들은 나아가 원유를 거래할 때 달러를 거치지 않고 양국 통화인 루블과 루피로 결제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검토했다. 인도석유공사는 또 러시아 정부가 추진하는 석유·천연가스 개발사업인 ‘사할린1’ 등에서 양국 간 공동 프로젝트를 계속 하는데 뜻을 같이 했다.
로스네프트는 이날 성명에서 지난해 러시아와 인도 간 교역 규모가 384억달러(약 50조1000억원)에 달하면서 러시아가 처음으로 인도의 5대 교역국이 됐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세친 대표는 “2025년까지 거래액을 300억 달러로 늘리겠다는 우리 국가 지도자들이 세운 목표가 미리 달성됐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광범위한 경제 제재를 피하기 위한 활로를 찾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 등은 개전 직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했고, 특히 지난해 12월엔 주요 7개국(G7) 주도로 가격 상한제까지 도입했다. 그에 따라 서방의 대러 제재에 참여하지 않는 중국·인도·튀르키예 등으로 가는 원유 수출이 크게 늘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지난 28일 러시아가 인도로 수출한 지난해 원유 수출량이 한 해 전인 2021년보다 무려 2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달 러시아에서 인도로 가는 우랄산 원유의 배송은 전체 우랄 수출량의 50% 이상을 차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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