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난임 부부를 위해 체외 수정을 시도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4일 난임(불임)은 전세계 성인 여섯명에 한명꼴로 겪는 흔한 질병이라며 각국 정부에 실태 조사와 결과 공유 등의 대응을 촉구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날 누리집을 통해 공개한 보고서에서 1990년부터 2021년까지 전세계에서 이뤄진 1만2241건의 연구를 수집해 이 가운데 133건을 선별 분석한 결과, 난임이 특정 지역에 국한하지 않는 질병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나아가 성인 인구의 난임 평생유병률(평생을 살면서 한번 이상 난임을 경험하는 비율)을 17.5%로 추정했다. 또 현재 난임을 겪고 있는 사람 비율을 뜻하는 시점유병률은 12.6%라고 분석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런 보고서의 결과에 대해 전세계의 장기적인 난임 유병률 추정치로는 처음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는 난임을 12개월 이상 주기적인 성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임신에 실패하는, 남성 또는 여성의 생식계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난임 평생유병률은 서태평양 지역이 23.2%로 가장 높았고, 지중해 동부 중동 지역이 10.7%로 가장 낮았다. 시점유병률은 아프리카(16.4%)가 가장 높았고, 지중해 동부 중동 지역(10.0%)이 가장 낮았다. 하지만,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격차는 거의 없었다. 부자 나라들의 평생유병률과 시점유병률은 각각 17.8%와 12.6%였고, 중·저소득 국가는 각각 16.5%와 12.6%로 분석됐다. 세계보건기구 보고서는 지난 2007년 25건의 인구 조사 결과를 분석해 선진국의 난임 유병률을 3.5~16.7%, 개도국의 경우는 6.9~9.3%로 추정한 연구 결과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또 2016년에는 52개 연구 결과 분석을 바탕으로 평균 난임 유병률을 10% 수준으로 추정한 보고서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만으로는 난임이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지, 줄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는 난임이 무차별적이라는 중요한 진실을 드러냈다”며 “난임으로 고통 겪는 인구 규모를 생각할 때, 난임 치료 혜택을 확대하고 보건 연구·정책에서 난임 문제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는 난임 치료엔 돈이 아주 많이 드는 데다가 대부분의 나라에서 비용 대부분을 환자 개인이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 성·재생산 보건연구 책임자 파스칼 알로테이 박사는 “수백만명이 난임 치료 이후 막대한 치료비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로 인해 치료 뒤 ‘의료 빈곤의 덫’에 빠지는 일도 잦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나은 보건 정책과 난임 치료에 대한 공적 지원이 저소득층이 난임 치료로 인해 빈곤 계층으로 추락하는 걸 막아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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