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리상푸(왼쪽) 중국 국방부장과 회담하고 있다. 가운데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지난달 새로 부임한 중국 국방부장(장관)이 16일 첫 해외 방문지로 러시아를 찾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깜짝’ 회담했다. ‘신시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한 중·러 두 대국 간의 군사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각)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보도를 보면, 리샹푸 중국 국방부장은 이날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양국 간 군사협력 강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 14일 리 부장이 러시아 국방장관의 초청으로 16~19일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예고했으나, 푸틴 대통령과 회담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에이피>(AP) 통신 등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푸틴 대통령과 리 부장,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 등 세 사람이 타원형 테이블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이 의자에 편히 앉은 반면, 리 부장은 의자에 엉덩이를 걸친 약간 엉거주춤한 자세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양국은) 유용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교환하고, 군사 기술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또 연합훈련도 진행하고 있다”며 “이는 의심할 여지 없이 상호 신뢰를 강화하고, 전략적 성격을 강화하는 중요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진심 어린 인사와 안부를 전해달라고 요청하며 그의 지난달 20~22일 방문이 풍성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리 부장은 “양국은 매우 강한 유대로 냉전 시대의 군사·정치 연합을 능가한다. 비동맹 원칙을 기반으로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리 부장은 지난달 열린 양회에서 중국 국방부장에 올랐고, 첫 해외 방문지로 러시아를 선택했다. 이 사실 자체는 과거 전례를 돌아볼 때 특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을 만난 것은 의미심장한 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중국 국방부장이 된 웨이펑허도 첫 방문지로 러시아에 갔으나 푸틴 대통령을 만나지는 못했다. 중국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시 주석의 모스크바 방문 때도 크렘린 입구 계단까지 내려가 직접 배웅을 하는 등 시 주석을 극진히 대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서방의 경제 제재까지 겹치면서 수세에 몰린 푸틴 대통령이 강력한 우방인 중국에 기대기 위해 몸을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리 부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이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국방장관은 첫 해외 순방지로 강대국을 선택하는 관례가 있고, 1990년대 이후 첫 방문지로 미국이나 러시아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앞서 2013년, 2018년에도 중국의 신임 국방부장은 러시아를 방문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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