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탑재되는 검색 엔진을 기존의 구글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으로 대체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는 사실이 전해지며 구글이 ‘패닉’에 빠졌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챗지피티’(Chat GPT)를 앞세워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개발 경쟁에서 한발 앞서나가면서 삼성-구글의 12년 관계를 끊으려 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타임스>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의 기본 검색엔진으로 ‘오픈에이아이(AI)’의 챗지피티가 적용된 ‘빙’을 탑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챗지피티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경쟁에서 밀리고 있던 구글이 지난달 이 소식을 전해 듣고 패닉에 빠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신문은 삼성전자가 기존처럼 구글 검색엔진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교체 여부가 확정돠진 않았다고 전했다. 또 생성형 인공지능과 관련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작업이 삼성과 구글의 12년 관계를 변하게 하는 주요 원인인지도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는 삼성전자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난공불락’으로 보였던 구글의 검색 사업에 대한 첫 번째 잠재적인 균열”, “구글의 25년 검색 사업에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이 갤럭시 스마트폰 검색엔진을 바꾸면, 구글의 전세계 검색시장 점유율과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의 집계를 보면, 지난달 전세계 스마트 기기의 검색시장 점유율은 구글이 96.6%이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은 0.5%에 불과했다.
그러나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7.1%인 삼성전자의 갤럭시가 기본 검색엔진을 빙으로 바꾸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스마트폰 검색 서비스 점유율이 순식간에 20%대로 오른다. 이는 구글 매출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삼성전자가 현재 구글에 지불하는 각종 비용은 연간 30억달러(약 3조9천억원)로 구글의 지난해 전체 매출 2828억달러(약 370조7500억원)의 1% 가량이다.
삼성전자보다 더 큰 고객인 애플의 이탈 가능성도 구글을 초조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 정보기술 전문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 2월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의 분석 내용을 전하며 “번스타인이 투자자들로부터 구글-애플 간의 검색엔진 계약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받았는데,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의 기본 검색엔진 자리를 놓고 구글과 거래를 끊으려고 덤벼드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암시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애플도 아이폰 등 스마트 기기의 기본 검색 엔진을 구글로 채택하고 있다. 애플의 200억달러(약 26조2200억원) 규모의 3년짜리 계약은 올 연말 끝난다. 현재로선 애플이 올 연말 이후에도 구글과 검색엔진 계약을 이어갈지 불투명하다.
구글은 검색엔진과 생성형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마기(Magi)’ 프로젝트를 뒤늦게 가동하며 직원 160명을 투입했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검색 엔진을 강화해 현재보다 훨씬 더 개인화된 검색 결과를 보여주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늦게라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빙과 같은 형태의 검색기능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인공지능 기술 경쟁은 지난해 11월30일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은 업체 오픈에이아이가 챗지피티를 공개한 뒤 불이 붙었다. 인간에게 말을 걸듯 물어보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주는 생성형 인공지능 챗지피티의 등장으로 현재 쓰이고 있는 검색 엔진이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는 중이다. 그러자 구글은 지난달 챗지피티와 비슷한 인공지능 챗봇 ‘바드’를 내놓으며 추격에 나섰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기업 메타도 생성형 인공지능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도 최근 미국 네바다주에 ‘엑스 에이아이(X.AI)’ 라는 이름의 새 인공지능 회사를 설립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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