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강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지난달 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중국이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외교 관계 정상화 중재에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중재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17일(현지시각) 밤 친강 외교부장(장관)이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 리아드 알-말리키 팔레스타인 외무장관과 각각 따로 통화하고, 양국간 관계 회복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가 낸 자료를 보면, 친 부장은 코헨 이스라엘 장관과 통화에서 “중국은 현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긴장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근본적인 돌파구는 평화 회담을 재개하고 ‘두 국가 해법안’을 구현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정치적인 용기를 내어 평화협상을 재개하는 조처를 하도록 격려하고, 이를 위해 편의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친 부장은 알-말리키 팔레스타인 장관에게도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이 조속히 평화협상을 재개할 것을 촉구하며, 이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친 부장이 말한 ‘두 국가 해법’은 1993년 오슬로 협정에서 미국의 중재 아래 도출된 방안으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한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의 국경선을 기준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국가를 건설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이후 논의를 했지만 진척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중재 제안에 대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반응은 달랐다. 알-말리키 팔레스타인 장관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중국의 명확한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며 “중국이 팔레스타인 민족 자결과 독립 국가 수립을 지지한데 감사하며 중국의 모든 노력을 환영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반면 코헨 이스라엘 장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중국의 지원에 감사를 표시한다”면서도 “이스라엘은 사태 진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의 개입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코헨 장관은 이어 “이스라엘은 중국의 영향력을 매우 중시한다”며 “이란 핵 문제에 대해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중국은 지난달 10일에도 중동의 두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을 베이징으로 불러 2016년 이후 7년 동안 단절된 외교 관계를 복원한다는 합의안을 중재했다. 양국 간 중재를 이끈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우리는 모든 국가의 바람에 따라 세계의 분쟁 문제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주요국으로서 책임감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재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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