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 중인 이탈리아가 자녀 두 명 이상을 낳은 부모에게 세금을 전액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이탈리아 매체 <일 폴리오>는 ‘저출산을 위한 지오르제티의 제안’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지안카를로 지오르제티 경제부 장관이 두명 이상의 아이를 갖는 사람들에게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지오르게티 장관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저출산 문제에 강력히 개입하기 위해 자녀가 둘 이상인 부모에게 소득세 등을 모두 면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며 조만간 이를 공식 제안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4명 이상의 자녀를 가진 경우 평생 소득세를 면제하는 헝가리에 선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를 낳는 이들에게 세금을 줄여주는 게 아니라 면제하는 것은 파격적인 방안이라 이탈리아 내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이 매체의 보도를 연이어 재보도하고 있다. 이날 <라 레푸블리카>도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의 최근 고민이 재정 지렛대 쪽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는 제안 단계일 뿐 실제 세금 메커니즘에 따라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파 연정이 장악한 이탈리아 내각과 의회에서는 이 제안에 대한 환영 의견이 나오고 있다. 마시모 비톤치 산업부 차관은 “경제부 장관의 제안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자녀가 있는 가정에 세금을 줄여야 한다”면서 “그 외에도 학업을 마칠 때까지 각 자녀에 대해 추가 공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극우 정당 동맹(Lega) 소속인 마시모 가라바글리아 이탈리아 하원 금융위원회 의원도 “더 많은 아이를 갖는 사람에게 세금을 줄이는 것은 출산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지오르게티 장관의 제안은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동조했다.
이탈리아 통계청 이스타트(Istat)에 따르면, 지난해 이탈리아의 신생아 수는 1861년 통일 이탈리아 왕국이 성립된 이후 처음으로 40만명 밑으로 떨어져 39만3000명을 기록했다. 2021년 유엔 경제사회처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합계출산율은 1.28명이다. 이는 유럽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야당에선 일자리 제공과 임금 상승이 세금 면제보다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이탈리아 제1야당인 민주당 소속 라우라 볼드리니 하원 의원은 소셜미디어에서 이 제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히며 “아니다. 당신은 젊은 남녀들이 미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 안정적 일자리와 적절한 월급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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