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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필리핀의 줄타기 외교…미국과 연합훈련하며 중국과도 악수

등록 2023-04-23 17:08수정 2023-04-24 02:32

“서필리핀해(남중국해) 이견이 양국 관계의 모든 게 아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왼쪽)과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중국 외교부 제공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왼쪽)과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중국 외교부 제공

미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연합훈련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 외교부장이 필리핀을 찾았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에 급속히 접근하는 필리핀을 중국 쪽에 묶어두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필리핀은 미-중의 치열한 전략 경쟁 속에서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줄타기 외교’를 이어갔다.

중국 외교부는 22일 자료를 내어 친강 외교부장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마르코스 대통령을 만났다고 밝혔다. 자료를 보면, 친 부장은 “마르코스 대통령의 1월 방중 기간 중 두 나라가 발표한 공동성명의 취지를 확인했다”며 “필리핀이 역사의 일반적인 추세를 정확히 파악해 지역 평화와 안정의 전반적인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두 민족의 근본적인 이익을 위해 행동하며, 대만·해양과 관련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고 중국의 주권·안보·영토보전을 존중하는 등 약속을 실천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역사의 일반적 추세’나 ‘두 민족의 근본적 이익’까지 언급하면서 미국에 급속히 접근하려는 필리핀을 견제한 것이다.

친 부장의 이날 필리핀 방문이 국제적인 관심을 끌어모은 것은 미묘한 타이밍 때문이었다. 필리핀과 미국은 지난 11일부터 필리핀 전역에서 연합 군사훈련인 ‘발리카탄’(타갈로그어로 어깨를 나란히)을 벌이고 있다. 28일까지 이어지는 이 훈련은 최근 남중국해와 대만 인근에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진 탓에 1만7600여명이 참여하는 최대 규모로 치러지고 있다.

이처럼 미-중 간 전략 경쟁이 치열해지며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의 주요국인 필리핀의 외교 행보 역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필리핀은 전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집권기엔 ‘친중’ 노선을 분명히 했지만, 지난해 6월 마르코스 대통령이 취임한 뒤 분명한 ‘친미’ 외교를 하고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당선 직후 중국과 영토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서필리핀해(남중국해)에서 우리 권리가 1㎡라도 짓밟히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아세안을 제외한 첫 해외 순방국으로 지난해 9월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나아가 ‘발리카탄’ 훈련을 시작하는 날 미국 워싱턴에서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두 나라는 앞으로 5~10년에 걸쳐 ‘동맹 현대화’를 완성하기 위한 로드맵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필리핀 국방 현대화에 필요한 레이더, 드론(무인기), 군용 수송기, 해안 방어와 방공 시스템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필리핀은 그 대가로 지난 2월 자국 내 군사기지 4곳을 미군이 추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이 가운데 3곳은 대만을 건너다보는 필리핀 북부 해안에 위치하고 있어 대만 유사사태(전쟁)가 발생하면 중요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필리핀이 미국 일변도 외교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올해 첫 해외 순방국으로 중국을 택해 1월4일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났다. 친미 행보를 보이던 마르코스 대통령이 중국을 찾자 시 주석은 양국 간 최대 쟁점인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다룰 직접 소통 창구를 열기로 합의했다. 필리핀 외교부는 이날도 마르코스 대통령과 친강 부장의 회담 결과를 전하는 입장문에서 “서필리핀해(남중국해) 이견이 양국 관계의 모든 게 아니라는 데 동의했다”며 “농업, 인프라 개발, 에너지, 과학기술 분야 협력은 양국 경제관계의 중요한 요소다.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두 나라의 인적 연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쪽에선 미국과 연합 훈련을 하며 다른 쪽으로는 중국과 경제 협력도 놓치지 않으려는 유연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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