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헤이그에 있는 네덜란드 국립문서보관소에서 공개한 나치의 보물지도. AP연합뉴스
나치가 패망한 뒤 아돌프 히틀러가 보물을 숨겼다는 이야기는 여전히 일부 사람들에게 전설로 입에 오르내린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가 각국의 금괴와 예술품을 약탈했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난 뒤 연합군이 금괴와 예술품을 회수했지만 여전히 사라진 보물이 어딘가에 있다는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지난 1월 독일군 병사들이 금화와 보석 등의 보물을 숨긴 상자의 위치가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도가 공개돼 전설이 사실로 증명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증폭됐다. 연구자들은 상자에 1500만 파운드(약 251억원) 상당의 가치를 가진 보물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최근 역사학자와 고고학자들이 해당 지도가 가리키는 곳의 땅을 파고 수색했지만 결국 허탕을 쳤다.
4일 미국 <뉴욕타임스> 등을 보면, 지난 1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아른험의 시골 마을인 오메런에서 ‘보물지도’에 표시된 위치를 역사학자와 고고학자 등이 수색했지만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기대했던 보물 대신 녹이 슨 고철만 나왔다.
2023년 1월 헤이그에 있는 네덜란드 국립문서보관소에서 공개한 나치의 보물지도. 보물이 묻힌 위치를 X자로 표시해놨다. AP 연합뉴스
수색 작업은 지난 1월 네덜란드 국립문서보관소가 비밀유지 기간이 끝나 75년 만에 공개한 제2차 세계대전 관련 공문서 1300여건 중 하나에 보물 지도가 포함되면서 시작됐다. 현지 연구자들은 이 지도가 1944년 독일군 병사들이 네덜란드에서 약탈한 보석과 금화를 탄약상자에 담아 퇴각하다가 묻어둔 것으로 보고 있다. 오메런 마을 외곽의 나무 아래 세 그루의 포플러 나무 아래 땅속에 묻힌 것으로 추정됐다.
보물 지도의 존재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알려졌고 이를 찾으려는 시도가 일찍부터 있었다. 지도는 2차 대전 실종·사망자 등의 재산을 관리하는 네덜란드 정부 기관 베헤이르스연구소에 넘겨졌고, 연구소는 1946~1947년 세 차례에 걸쳐 보물을 수색했으나 실패했다. ‘애초에 보물이 없었다’거나 ‘누가 가져갔다’ 등의 주장이 나오며 보물 상자의 존재는 잊히는 듯했다.
그러나 문제의 지도가 75년 만에 공개되며 보물을 찾으려는 이들이 금속탐지기와 삽을 들고 오메런을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1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아른험의 오메런 마을에서 한 인부가 보물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의 땅을 파고 금속탐지기로 탐지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번엔 정부의 승인 아래 고고학자·역사학자가 굴착기와 금속탐지기를 동원해 수색을 진행했다. 포플러 나무는 사라진 지 오래지만 지도가 가리키는 여러 곳에 땅을 팠고, 금속탐지기로 구석구석을 수색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발견된 것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하던 것으로 추정되는 9mm 탄환과 철선 등 고철 덩어리였다. 수색작업을 주도한 지역 역사학자는 <뉴욕타임스>에 “여기가 아니다. (여기가 아닌 걸 알게 돼서)오늘 밤은 다시 잘 수 있겠다”고 말했다. 15년 동안 마을에 거주한 한 주민은 <뉴욕타임스>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수색 작업이) 나를 웃게 했다”고 말했다.
1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아른험의 오메런 마을에서 한 인부가 보물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의 땅을 파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