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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봉 65년 만에 왕관 쓰는 찰스3세…영국인 64% “관심없다”

등록 2023-05-04 18:07수정 2023-05-05 02:33

6일 웨스트민스터사원서 직위 서약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커밀라 파커 볼스 왕비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찰스 3세의 대관식을 축하하기 위해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커밀라 파커 볼스 왕비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찰스 3세의 대관식을 축하하기 위해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찰스 3세(75) 국왕이 평생 기다려온 대관식이 오는 6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성대하게 치러진다. 1958년 왕세자로 책봉된 지 무려 65년 만이다.

4일 영국 버킹엄궁의 발표 내용을 보면,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은 6일 아침 커밀라 파커 볼스 왕비와 함께 버킹엄궁을 나서면서 시작된다. 국왕 부부는 다이아몬드 주빌리 스테이트 코치 마차를 타고 대관식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이동한다. ‘왕의 행렬’은 사원까지 이르는 2.1㎞ 정도 되는 길에 늘어선 군중의 환호를 받으며 이동하게 된다. 사원에 도착 예정 시간은 오전 11시이다.

대관식은 영국 국교회 최고위 성직자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의 요청으로 대관식 참석자들이 “신이시여 국왕을 보호하소서”(God Save the King)라고 외치면서 시작된다. 국왕은 재위 기간 동안 영국법과 영국 교회를 수호할 것을 다짐하며 성경에 손을 얹고 즉위 서약을 한다.

그다음엔 이번 행사에서 가장 성스러운 절차로 불리는 ‘성유 의식’이 이어진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축성해 봉헌된 성유(올리브유)를 대주교가 국왕의 머리·가슴·손에 십자가 모양으로 바르는 의식이다. 영국 국교회의 수장이기도 한 군주의 영적 지위를 강조하는 절차다. 이후 국왕이 왕실의 상징(레갈리아)인 보주와 2개의 ‘왕홀’(막대)을 양손에 각각 쥐면 대주교가 대관식에만 쓰이는 ‘성 에드워드 왕관’을 씌워준다. 이후 국왕이 왕좌에 앉으면 캔터베리 대주교와 윌리엄 왕세자가 다가와 무릎을 꿇고 충성 맹세를 하며 공식적으로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을 거느리는 새 군주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번 행사는 찰스 3세의 모친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1926~2022)이 지난해 9월 서거한 지 8개월 만에 치러지는 공식 즉위 절차이다. 1953년 대관식 이후 70년 만에 열리는 행사기도 하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예식을 끝낸 국왕 부부는 황금마차를 타고 ‘대관식 행렬’을 이루며 버킹엄궁으로 돌아온다. 왕실 가족들과 함께 버킹엄궁 발코니에서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하며 행사가 끝나게 된다.

영국 왕실은 이번 대관식의 열쇳말을 ‘간소화’와 ‘다양성’으로 내세웠다. 엘리자베스 2세 때와 비교해 초청 인원을 4분의 1로 줄여 2천여명만 초대했다. 런던 중심가를 넓게 돌았던 행진 거리도 절반 이하로 줄였다. 하지만 비용은 두배가량 늘어 최소 1억파운드(약 1700억원)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 경제를 뒤흔드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탓이다.

서민들을 위한 행사가 늘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제’가 참석해 성경을 낭독하고, 웨일스어, 스코틀랜드 게일어, 아일랜드어 등 영어 이외에 소수 주민의 언어로도 찬송가 공연이 이뤄진다. 충성 맹세 절차도 과거 성직자와 왕족·귀족들만 했던 것과 달리 일반인으로 참여 범위를 넓혔다.

그럼에도 이 행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많다. 특히 대관식을 집전하는 캔터베리 대주교가 텔레비전으로 행사를 지켜보는 시민들에게도 무릎을 꿇어 충성 맹세를 할 것을 요구한다.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다. 지난달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성인의 64%가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18~24살 젊은층에선 같은 응답을 한 이들의 비율이 75%나 됐다. 여전히 10%대를 기록 중인 고물가로 인해 공공부문 파업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호화 대관식이 치러지는 것에 대한 반감도 크다.

대관식에 참석하는 세계 각국 인사들은 속속 영국으로 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하는 한덕수 국무총리는 4일 한국을 출발했다. 미국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질 바이든 여사가 자리를 지킨다. 그밖에 영국 전·현직 총리, 유럽 각국과 영연방 국가의 정상들도 찰스 3세의 공식 즉위를 축하한다. 이들은 하루 전날인 5일 열리는 찰스 3세 국왕 주재 리셉션에 참석해 축하의 인사를 건네고 환담한다. 영국 국민들은 대관식 이후에도 8일까지 이틀 더 쉬며 축하의 시간을 갖게 된다. 7일에는 배우 톰 크루즈와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 등이 출연하는 윈저성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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