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선, 집권 여당 예상 밖 대승…과반 확보는 실패

7월2일 2차 총선 통한 단독 집권 시도 유력

21일(현지시각) 실시된 총선을 대승으로 이끈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집권 여당인 신민주주의당 당사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아테네/로이터 연합뉴스

그리스 집권 여당인 신민주주의당(ND·신민당)이 지난 2월말의 열차 정면 충돌 참사 악재 등을 딛고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다. 하지만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해 오는 7월2일 2차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스 내무부는 21일(현지시각) 실시된 총선의 개표가 99.4% 진행된 가운데 중도 우파 성향의 신민당이 40.79%를 득표해 전체 300개 의석 가운데 146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2위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 20.07%를 득표해 71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민당의 득표율은 지난 2019년 총선(39.85%)보다 소폭 늘어난 반면 지난 2015년 집권했던 급진좌파연합의 득표율은 2019년의 31.53%보다 11.5%포인트나 줄었다. 중도 좌파 정당인 ‘변화를 위한 운동’(PASOK)은 11.47%를 득표해 4년전보다 19석 많은 41석을 확보했다.

신민당은 지난해 8월 정보기관의 야당 도청 의혹으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데 이어 지난 2월28일에는 중부 테살리아주에서 화물열차와 여객열차가 정면 충돌해 57명이 숨지는 사고까지 터지면서 궁지에 몰렸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신민당과 급진좌파연합의 지지율 격차가 6~7%포인트 수준이었다. 하지만, 실제 선거 결과는 신민당의 예상밖 대승이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1974년 군사 독재 종식 이후 처음으로 여당이 총선에서 득표율을 높이는 깜짝 승리를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도 1, 2위 정당의 격차가 20% 이상 벌어진 것도 아주 이례적이라며 사회주의 세력의 보루로 꼽히는 크레타에서도 신민당이 선전했다고 전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그리스가 외환 위기를 벗어나 경제가 안정되면서 표심이 다시 중도 세력으로 모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승리가 확정된 이후 “투표 결과는 결정적이다. 국민들로부터 강하고 자율적으로 통치하라는 승인을 받았다”고 자평했다. 급진좌파연합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는 “선거 사이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차 총선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선거 결과 평가를 위한 집단 논의 기구 회의를 소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뒀지만, 1위 정당에 50석을 추가로 주는 제도가 폐지되면서 과반 확보에는 실패했다. 그리스는 2020년 선거법 개정을 통해 1위 정당에 부여하는 추가 의석을 1위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20~50석까지 차등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다만, 이 규정은 선거법 개정 이후 두번째 선거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신민당은 연립정부 구성보다는 2차 총선 실시를 통해 단독 집권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 연정 구성이 실패할 경우 2차 총선은 7월2일 실시된다.

신기섭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