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방한한 알렉산더 캄파냐(40)·안드레아 캄파냐(43) 부부. 한국관광공사 제공
“폭설에 갇힌 한국 관광객들이 어떻게 버펄로 거리를 찾았고, 때마침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조미료까지 갖춘 집에 도움을 청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운명(fate)인 거죠.”(안드레아 캄파냐)
지난해 12월 말 미국 뉴욕주 버펄로에서 역대급 폭설에 갇혀 어려움에 처한 한국인 관광객 9명을 구한 미국인 부부가 한국을 방문한 뒤 ‘인연’ 때문에 이러한 일이 가능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22일 미국 <뉴욕타임스>를 보면, 지난 13일 한국관광공사의 초청으로 한국을 여행한 알렉산더 캄파냐 부부의 방문기가 소개됐다. 앞서 캄파냐 부부는 지난해 12월23일 뉴욕주 버펄로에서 폭설에 갇힌 한국인 관광객 9명을 구해 화제가 됐다.
당시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하던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캄파냐 부부의 집 근처에서 폭설로 멈췄다. 이들 부부에게 삽을 빌리러 간 한국 관광객들에게 캄파냐 부부는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했다. 한식을 평소 좋아하던 부부의 집에는 간장, 참기름 등 한식 재료가 있었고, 한국 관광객들이 가져온 한식 재료로 한식 만찬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부부가 한식 재료를 갖고 있었던 이유는 평소 한식을 즐겼기 때문이다. 부부는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었지만, 7년 전 첫 데이트를 하면서 버펄로 한식집의 비빔밥과 제육볶음을 먹을 정도로 한식을 좋아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들의 집에서 2박3일을 지낸 박건영씨는 <뉴욕타임스>에 “(캄파냐 부부의)냉장고를 열었을 때 마치 우리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적’이 일어난 것에 대해 부부는 열흘간의 한국방문 기간 중 배운 단어로 설명했다. <뉴욕 타임스>는 부부가 한국의 ‘정(情)’이라는 개념을 알게 됐고, 영어로 운명(fate)과 뜻이 비슷한 ‘인연(inyeon)’이라는 말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부인 안드레아(43)는 “이러한 일이 어떻게 생겼냐”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고, “운명(fate)”이라고 답했다.
한국을 찾은 부부는 지난 14일에는 한국관광공사 주선으로 종로구 창덕궁 근처 한식당에서 자신들에게 도움을 받았던
한국 관광객 6명과도 만나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한국 문화를 체험했다.
지난해 12월23일 한식 만찬을 즐기고 있는 알렉산더 캄파냐(맨 왼쪽)와 한국인 관광객들. <뉴욕타임스> 갈무리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