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대중 수출 부진, 반도체 때문만은 아냐…‘한국산 소비재’ 경쟁력 뚝

등록 2023-05-24 05:00수정 2023-05-24 14:46

대중 수출부진 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월12일 광둥성 광저우의 엘지디스플레이 생산기지를 약 한 시간 동안 방문했다. 시 주석은 한중 우의를 강조하는 언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저우/신화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월12일 광둥성 광저우의 엘지디스플레이 생산기지를 약 한 시간 동안 방문했다. 시 주석은 한중 우의를 강조하는 언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저우/신화 연합뉴스

“마이너스(-) 11억달러.”

지난해 6월 관세청이 ‘5월 대중국 무역 수지’를 발표하자 한국 경제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중국과 무역에서 무려 27년9개월 만에 기록한 첫 적자였기 때문이다. 이후 대중 무역 수지는 지난해 9월을 제외하고 지난 4월까지 줄곧 빨간색을 유지하고 있다. 올 들어 넉달 동안 기록한 대중 적자만 총 78억달러(약 10조20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무역 수지 적자 252억달러의 3분의 1에 가깝다. 그동안 막대한 흑자를 내며 한국 경제의 비약적인 성장을 떠받쳐온 중국과의 무역이 좀처럼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무역 대국’인 한국에 근심을 더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볼 때 대중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반도체 업황 부진’이다. 관세청의 수출입 무역통계를 보면,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집적회로(HS품목코드 8542)의 올 1~4월 대중국 수출액은 98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71억달러)의 57.3% 수준으로 줄었다. 흑자액 감소는 더 가파르다. 전자집적회로의 올 1~4월 흑자액은 4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94억달러)의 절반 아래로 주저앉았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피시(PC)용 D램 범용제품’의 값은 지난해 7월 개당 4.10달러에서 10월 2.21달러로 떨어졌고, 올 들어서는 1달러대로 내려갔다. 전세계적인 경기 하락으로 정보통신(IT) 불황이 이어지면서 반도체값이 떨어지며 대중 적자가 이어지는 셈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반도체 가격이 회복되면 한국의 대중 무역 수지는 일정 정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전자집적회로는 한국 대중 수출의 25~30%를 차지하는데, 이를 뺀 대중 무역 실적이 계속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자집적회로를 제외한 대중 수출액은 1069억달러였다. 이는 2013년 같은 조건에서 수출액(1280억달러)보다 211억달러나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전자집적회로의 대중 수출액이 178억달러에서 488억달러로 310억달러 증가해 이 감소분을 메우고 있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이 워낙 높고 실적도 좋다 보니 대중 수출이 양호하다는 일종의 착시 효과가 있었다”며 “반도체를 제외하면 대중국 수출은 지난 10년간 후퇴했다”고 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먼저 대중 수출에서 소비재의 존재감이 거의 사라졌다. 한국의 대표 수출품인 자동차·스마트폰·전자제품 등은 적당한 품질과 낮은 가격을 갖춘 중국산으로 대체됐다. 식품·의류가 선전하고 있지만 중국산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 전망이 밝지 않다. 중국 수출의 9할을 차지하는 중간재의 수출도 감소 추세다. 10년 넘게 한국의 대중 수출액 상위 5위권을 유지해온 ‘전기기기 등과 부품’, ‘광학기기 등과 부품’, ‘유기화학품’, ‘기계류 등과 부품’, ‘플라스틱과 그 제품’ 중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기기 등’의 수출액이 480억달러에서 724억달러로 50% 이상 늘었지만, 다른 3개 품목은 수출액이 감소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핵심 소비재와 중간재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후퇴한 것이다.

결국 대중 수출 부진의 근본 원인을 중국의 기술력·경쟁력 향상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은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맞서 수출보다 내수를 중심에 놓는 ‘쌍순환 정책’을 펴며 소비재는 물론 반도체·자동차 부품 등 중간재 국산화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말 펴낸 ‘대중국 교역구조 변화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중국은 저기술 제조업 경쟁력이 1990년에서 2020년 사이 2배 증가했고, 고기술 제조업 경쟁력은 같은 기간 29배 상승했다”고 평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한-우크라 보란 듯…러 국방장관 방북 “군사 등 모든 분야 협력” 1.

한-우크라 보란 듯…러 국방장관 방북 “군사 등 모든 분야 협력”

40년 전 22마리뿐이었던 ‘캘리포니아 콘도르’가 돌아왔다 2.

40년 전 22마리뿐이었던 ‘캘리포니아 콘도르’가 돌아왔다

구글맵 믿고 가다 15m 추락사…내비게이션 책임 물을 수 있을까? 3.

구글맵 믿고 가다 15m 추락사…내비게이션 책임 물을 수 있을까?

[포토] 옛 모습 되찾은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다음 주 공개 4.

[포토] 옛 모습 되찾은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다음 주 공개

헤즈볼라와 휴전한 이스라엘 “이제, 하마스 집권 없는 종전 힘쓸 것” 5.

헤즈볼라와 휴전한 이스라엘 “이제, 하마스 집권 없는 종전 힘쓸 것”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