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재선에 성공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앙카라에 위치한 대통령궁 앞에서 그의 아내 에민 에르도안과 함께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앙카라/UPI 연합뉴스
지난 2월 대규모 지진과 경제난에도 강력한 리더십을 원하는 민심이 작동하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8일 재선에 성공했다.
29일 오전(현지시각) 튀르키예 국영 <티아르티하베르>(TRTHABER) 방송에 따르면, 개표율 99.85% 기준으로 에르도안 후보(정의개발당)가 52.16%(2772만5131표)를 득표해 재선에 성공했다. 경쟁자였던 야권 공동후보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공화인민당)는 47.84%(2543만2951표)를 득표에 그쳤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 총리에 오른 뒤 이후 20년 동안 총리와 대통령으로 권력을 이어왔다.
아흐메트 예네르 튀르키예 최고선거관리위원회(YSK) 의장은 28일 밤 개표율이 99%을 넘은 시점에 두 후보간 득표율 격차가 5%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지자 에르도안 대통령의 승리를 선언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통령 관저 발코니에서 승리를 선언하는 연설을 하며 “지금은 우리의 국가적 목표와 꿈을 중심으로 단결하고 통합할 때”라고 강조했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도 이날 밤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권위주의 정부를 바꾸려는 국민의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났다”며 “진정한 민주주의가 올 때까지 투쟁하자”고 밝혔다. 이어 “내게 투표한 약 2500만명의 시민이 사기를 잃지 않고 의기양양하게 똑바로 서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우리의 행진은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28일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 승리가 확정되자 그의 지지자들이 앙카라에 위치한 대통령궁 앞에서 환호하고 있다. 앙카라/타스 연합뉴스
지난 2월 초 발생한 대규모 지진이나 살인적인 물가고에도 에르도안 대통령 후보가 승리를 거두자 외신들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강력한 리더십을 원하는 국민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남겼다. 에브렌 발타 이스탄불 외즈예긴 대학 교수(정치학)은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튀르키예가 지금 위치에 있기는 것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리더십 덕분”이라며 “지금 우리나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에르도안만이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진 피해 지역인 카라만마라시 마을의 주민 멜리하 카라뵈크도 “지진이 발생한 뒤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제 역할을 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지도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했다”고 말했다.
그의 승리로 튀르키예의 ‘중립’ 외교 노선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면서도 대러 제재에 동참하는 대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략적 소통을 이어왔다. 미국은 이 같은 튀르키예의 자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세계 주요국들은 엇갈린 축하 메시지를 내놨다. 러시아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을 적극 환영하며 그의’ 독자적 외교’가 정당함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더욱 긴밀히 협조하자는 절제된 반응을 내놨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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