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라고스의 빈민가에서 한 어린이가 재활용 업자들에게 팔기 위해 모은 플라스틱병이 실려 있는 배 안에 앉아 있다. 라고스/AP 연합뉴스
내년 말까지 플라스틱 규제에 관한 국제 협약을 마련하기 위한 유엔 주도 국제 회의가 2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됐으나, 플라스틱 생산 축소를 주장하는 진영과 재활용을 강조하는 진영의 의견 차이로 논란이 예상된다.
유엔환경계획(UNEP) 주도의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2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2) 회의가 이날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에서 세계 약 200개국 정부 관계자 등 2천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전세계 공통의 규제 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진영과 국가별 해법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진영이 맞서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노르웨이와 르완다가 이끄는 ‘대야망 연합’ 진영은 플라스틱 생산 제한과 플라스틱 제조에 쓰이는 화학물질 규제 등 플라스틱이 인류의 건강과 환경에 끼치는 영향에 집중한 국제 협약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2040년까지 플라스틱 공해를 완전히 해결하는 걸 목표로 하는, 구속력 있는 장치 마련을 강조한다. 한국도 이 진영에 참여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가 제출한 국가별 제안서는 이 진영 주도 국가에 비해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등은 플라스틱 폐기물과 플라스틱 재활용에 초점을 맞춘 국제 협약을 옹호하고 있다.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화석 연료 수출국, 화학·플라스틱 업계 다수도 이런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초 우루과이에서 열린 1차 회의에서 국가별 계획을 마련해 나라별로 가장 중요한 플라스틱 공해 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주장했었다. 미국 업계를 대표하는 ‘미국 화학 협의회’의 조슈아 바카 부회장도 이번 회의를 앞두고 “각 나라 상황에 따라 플라스틱 공해를 가장 효과적으로 제거할 국가별 행동 계획 수립을 규정하는 합의안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제 비정부기구인 ‘국제 오염물질 퇴치 네트워크’는 인체와 환경에 유해한 화학 물질 사용 제한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단체의 타데세 아메라 공동의장은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화석연료와 화학물질 사용 등을 포함한 생산 과정에 주목해야 하기 때문에, 협약이 플라스틱 쓰레기에 집중하면 실패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단체는 각국이 이번 회의 기간 중 협약 초안을 마련해 다음번 회의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것을 요구했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한해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은 4억3천만t에 달하며 이 가운데 3분의 2는 단기간에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환경계획은 현재 추세라면 플라스틱 생산량이 2060년까지 현재의 3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이 가운데 절반은 쓰레기로 매립돼 환경 오염을 가중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지난해의 경우 전체 생산량의 9%에 불과했고 2060년에도 20%에 채 못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