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가망없고 내전 공포만 현실로
인신매매 횡행…‘여성자유’ 오히려 후퇴
실업률 50% 치솟아…이라크 재건 ‘헛말’
인신매매 횡행…‘여성자유’ 오히려 후퇴
실업률 50% 치솟아…이라크 재건 ‘헛말’
2003년 3월20일, ‘충격과 공포’ 작전에 나선 미군은 바그다드를 향해 미사일을 퍼부으면서 이라크를 침공했다.
유엔결의도 없는 ‘명분 없는 전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와 폭정을 제거하고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심어 중동 전체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국제유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장밋빛 계획도 덧붙였다.
3년이 지난 지금, 단 하나의 대량살상무기도 발견되지 않았다. 약속된 민주주의 대신 폭력의 고통과 내전의 공포만이 번져가고 있다. 이라크 전쟁은 3년 전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제 새롭게 시작되는 전쟁이다.
2월22일 바그다드 북부 사마라의 시아파 성지인 아스카리야 사원이 폭탄공격으로 처참하게 파괴된 이후 이라크는 본격적 내전 국면으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종파간 보복 공격으로 고문살해된 주검들이 날마다 수십구씩 발견되고 있다. 민간단체 이라크바디카운트는 이라크전 첫 1년 동안 이라크 민간인 6331명, 다음해에는 1만1312명, 3년째에는 1만2617명이 살해됐다고 집계했다. 미군은 이라크 민간인 희생자수를 밝히지 않는다. 지난해 새 헌법이 통과되고 총선이 실시됐지만 권력과 이권을 둘러싼 종파간 갈등으로 100여일이 지난 지금도 새 정부는 구성되지 못했다. 시아파의 바드르 민병대와 메흐디 민병대, 쿠르드족의 페슈메르가 등 각 종파 민병대가 서로 다른 종파 구성원들을 살해하고 있다. 북부를 장악한 쿠르드족은 외국업체들과 독자적 원유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남부 시아파도 이슬람주의 색채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이라크의 분할을 피할 수 없으면 차라리 분리통치하자는 주장도 공공연히 나온다. 어린이와 여성은 몸값을 위한 납치 표적이 되고 있다. 미국은 ‘여성의 자유’를 업적으로 내세우나, 실상은 반대다. 바그다드 소재 여성자유기구(WFO)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라크전 3년 동안 인신매매 조직 등에 2천명 이상의 여성이 납치돼, 여성들이 외출을 기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수십억달러를 이라크 재건에 투입했다고 하지만, 바그다드에는 단 한 대의 크레인도 없다. 곳곳에 검문소가 세워져 만성적인 차량정체만 계속된다. 실업률은 50%대로 치솟았다. 유전지대 재건과 미군 전투지원 등을 맡은 미국 기업 핼리버튼과 켈로그브라운앤루트(KBR)은 지난 3년 동안 200억달러 이상의 수입을, 61개 영국 기업도 19억달러의 수입을 올려 전쟁특수를 누렸다. 그동안 전비로 2500억달러를 쏟아붓고 2306명의 병사가 희생된 미국에서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여론의 흐름이 뚜렷하다. 15일 <시엔엔(CNN)> 조사에서 67%가 “미 정부가 이라크전을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에이피(AP)통신> 조사에선 이라크가 내전을 향해 가고 있다는 응답이 80%였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34~37%로 역대 최저치다. 미국 정부는 이라크군을 증강해 미군을 감축시키겠다는 계획을 계속 발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라크 상황 악화로 15일 쿠웨이트 주둔 미군 650명을 일시 증파해야 했다.
16일 미군과 이라크군 1500여명은 블랙호크, 아파치, 치누크 등 헬기를 띄워 바그다드 북부 사마라 등에서 저항세력 소탕작전을 시작했다. 미군은 “2003년 이라크전 개시 이후 최대규모 작전”이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이라크전이 효과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보여주려는 홍보용 작전”이라는 논란만 미국내에서 일으키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2월22일 바그다드 북부 사마라의 시아파 성지인 아스카리야 사원이 폭탄공격으로 처참하게 파괴된 이후 이라크는 본격적 내전 국면으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종파간 보복 공격으로 고문살해된 주검들이 날마다 수십구씩 발견되고 있다. 민간단체 이라크바디카운트는 이라크전 첫 1년 동안 이라크 민간인 6331명, 다음해에는 1만1312명, 3년째에는 1만2617명이 살해됐다고 집계했다. 미군은 이라크 민간인 희생자수를 밝히지 않는다. 지난해 새 헌법이 통과되고 총선이 실시됐지만 권력과 이권을 둘러싼 종파간 갈등으로 100여일이 지난 지금도 새 정부는 구성되지 못했다. 시아파의 바드르 민병대와 메흐디 민병대, 쿠르드족의 페슈메르가 등 각 종파 민병대가 서로 다른 종파 구성원들을 살해하고 있다. 북부를 장악한 쿠르드족은 외국업체들과 독자적 원유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남부 시아파도 이슬람주의 색채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이라크의 분할을 피할 수 없으면 차라리 분리통치하자는 주장도 공공연히 나온다. 어린이와 여성은 몸값을 위한 납치 표적이 되고 있다. 미국은 ‘여성의 자유’를 업적으로 내세우나, 실상은 반대다. 바그다드 소재 여성자유기구(WFO)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라크전 3년 동안 인신매매 조직 등에 2천명 이상의 여성이 납치돼, 여성들이 외출을 기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수십억달러를 이라크 재건에 투입했다고 하지만, 바그다드에는 단 한 대의 크레인도 없다. 곳곳에 검문소가 세워져 만성적인 차량정체만 계속된다. 실업률은 50%대로 치솟았다. 유전지대 재건과 미군 전투지원 등을 맡은 미국 기업 핼리버튼과 켈로그브라운앤루트(KBR)은 지난 3년 동안 200억달러 이상의 수입을, 61개 영국 기업도 19억달러의 수입을 올려 전쟁특수를 누렸다. 그동안 전비로 2500억달러를 쏟아붓고 2306명의 병사가 희생된 미국에서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여론의 흐름이 뚜렷하다. 15일 <시엔엔(CNN)> 조사에서 67%가 “미 정부가 이라크전을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에이피(AP)통신> 조사에선 이라크가 내전을 향해 가고 있다는 응답이 80%였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34~37%로 역대 최저치다. 미국 정부는 이라크군을 증강해 미군을 감축시키겠다는 계획을 계속 발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라크 상황 악화로 15일 쿠웨이트 주둔 미군 650명을 일시 증파해야 했다.
16일 미군과 이라크군 1500여명은 블랙호크, 아파치, 치누크 등 헬기를 띄워 바그다드 북부 사마라 등에서 저항세력 소탕작전을 시작했다. 미군은 “2003년 이라크전 개시 이후 최대규모 작전”이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이라크전이 효과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보여주려는 홍보용 작전”이라는 논란만 미국내에서 일으키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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