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아지즈 빈살만 알사우드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이 4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오펙 플러스 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도착하고 있다. 빈/AFP 연합뉴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4일(현지시각) 예상 밖의 대규모 원유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이 소식 이후 국제 유가는 한때 3% 이상의 급증세를 보였다.
사우디는 이날 석유수출국기구(오펙·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 플러스’ 정례 장관급 회의 뒤 성명을 내어 오는 7월부터 하루 100만배럴 규모의 원유 감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는 최근 몇년 사이 사우디가 단행한 최대 감산량이다.
압둘아지즈 빈살만 알사우드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7월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1000만배럴에서 900만배럴로 줄일 것이라며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언제나 긴장감을 더하길 원했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지 사람들이 예측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른 원유 수출국들은 추가 감산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기존의 감산 규모를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오펙 플러스는 지난 4월 초 하루 원유 생산량을 166만배럴 줄이기로 했었다. 앞서 지난해에도 원유 생산량을 하루 200만배럴 줄이기로 합의한 바 있어, 오펙 플러스의 감산 규모는 전세계 수요의 3.6% 가량인 366만배럴에 이른다.
사우디에 이은 2위의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는 이날 회의에서 추가 감산을 요구받지 않았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부총리는 기자들에게 “원유 생산 방침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사우디와 이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이날 추가 감산 발표는 지난 4월 오펙 플러스의 감산 발표에도 국제 유가 하락세가 멈추지 않은 데 따른 조처다. 지난 5월 국제 유가는 11% 가량 떨어진 바 있다. 에너지 싱크탱크 ‘에너지 애스펙츠’의 공동설립자 암리타 센은 “오펙 플러스의 이번 결정은 유가의 바닥을 설정하고 지키겠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사우디의 감산 발표 이후 국제 유가는 한때 3% 이상 급등했다.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의 8월 인도분 가격은 감산 발표 뒤 지날 주말보다 3.4% 급등한 배럴당 78.73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77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한때 4.6% 오른 75.06달러까지 올랐다가 72~73달러 범위에서 움직였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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