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의 석탄발전소인 폴란드 베우하투프 화력 발전소에서 연기와 증기가 치솟고 있다. 베우하투프/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극심한 에너지 위기를 겪은 유럽연합(EU)이 에너지 공급 안정과 재생 에너지 확대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전력시장 개편 논의가 석탄 발전소 지원 논란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의 적극적인 탄소 배출 억제 정책을 둘러싼 회원국 간 균열이 계속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연합 순회 의장국인 스웨덴이 19일(현지시각)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럽연합 에너지 장관 회의에서 2025년 종료 예정인 석탄 발전소의 전력 생산 용량 유지 지원금을 계속 허용할 것을 제안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오스트리아, 독일, 벨기에 등이 탄소 배출 억제 정책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반대하면서 이날 회의는 합의 없이 끝났다.
유럽연합은 이달 말까지 전력시장 개편안에 합의한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는데, 의장국인 스웨덴의 돌발적인 제안으로 논의가 심각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스웨덴의 제안은 전체 발전량의 70%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는 폴란드를 고려한 것이다. 에바 부슈 스웨덴 에너지부 장관은 이 제안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가 안정적인 전력 생산 능력을 유지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도울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은 이런 내용을 담은 전력시장 개편안 초안을 지난 15일 처음 공식화했다. 초안에 따르면 석탄 발전소에 대한 지원금이 2028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일부 회원국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클로드 투르메스 룩셈부르크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의장국 스웨덴이 우리의 기후 정책을 약화시키는 정말로 믿기 힘든 일을 했다”며 “이 제안을 거부할 나라들이 여러 나라이며, (답은) 분명한 ‘불가’다”라고 말했다. 티너 판데르스트라턴 벨기에 에너지부 장관은 “우리나라는 이미 탄소 중립을 위해 2030년과 2040년까지 각각 탄소 배출을 급격하게 줄이도록 규정한 법률이 있다”며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스페인과 프랑스는 좀 더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테레사 리베라 스페인 환경전환부 장관은 “각국의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아녜스 파니에뤼나셰 프랑스 에너지전환부 장관은 스웨덴의 제안을 ‘야심찬 접근법’이라고 평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원전 지원 문제를 놓고 독일과 프랑스가 또다시 대립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는 신규 재생 에너지 발전 시설뿐 아니라 기존 발전 시설에 대해서도 정부가 고정 가격 계약을 맺음으로써 지원하는 방안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기후행동부 장관은 “이런 방안은 시장의 상당 부분을 경직시켜 시장 왜곡을 초래하고 공정 경쟁을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은 프랑스가 고정 가격 계약을 통해 원전을 지원하게 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독일은 지난 4월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단함으로써 탈원전을 완료한 반면 프랑스는 원전을 확대하면서 유럽연합의 각종 에너지 정책에 원전을 녹색 에너지로 인정하는 규정을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원전에 대한 투자를 ‘녹색 투자’로 인정하고, 올해 들어서는 프랑스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로 만든 수소를 ‘재생 가능 수소’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친원전 성향을 점차 강화해왔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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