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이 19일(현지시각) 유럽 20개국 국방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 방공 전략 관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유럽의 독자적인 방공망 구축을 주장하면서 미국 의존도가 높은 독일 주도의 무기 공동 구매 계획을 견제하고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유럽 20개국 국방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방공 전략 관련 회의에서 미국 의존을 탈피한 유럽 독자 방공 전략 구축을 역설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회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요성이 커진 드론과 미사일 대응 방공 전략, 핵억지력 문제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회의를 마무리하는 연설에서 “우리는 위협 상황이 어떤지 알아야 하고, 유럽인으로서 우리가 무엇을 생산할 수 있는지, 무엇을 사들여야 하는지 (따져야 한다)”며 미국산 무기 등을 겨냥해 “진열대에 있는 것”을 바로 사들이는 것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왜 우리는 여전히 미국 제품을 자주 사야 하는가? 미국인들이 우리보다 표준화를 더 많이 진행시켰고 연방 기관들이 방산 업체에 막대한 지원금을 주기 때문”이라며 유럽 자체 표준화 확대와 무기 생산 능력 확충을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해 10월 독일 주도로 출범한 ‘유럽 영공 방어 계획’(ESSI)을 주로 겨냥한 것이다. 이 계획은 독일·영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이 방공 시스템을 공동 구매하는 사업이며 현재 참여국은 17개국에 이른다.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 국가들과 폴란드는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계획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의존도를 높인다고 비판해왔다. 그는 최근 한 연설에서 독일을 겨냥해 “비유럽 시스템을 대규모로 사들이기 위해 국방비 지출을 늘리는 어떤 나라들을 보면서 나는 ‘당신들은 내일의 문제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고 꼬집었다.
독일은 현재 미국의 패트리어트 지대공 미사일, 이스라엘의 외기권 초음속 요격미사일 애로3 등의 구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연방 의회는 지난주 43억달러(약 5조5천억원) 규모의 애로3 구입 자금 중 일부 자금 마련 계획을 승인했다. 다만, 독일은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 조달 계획을 선택할지는 공동 구매 사업 참여 국가들이 독자적으로 선택할 문제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방공망을 신속하게 강화하려면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투여되는 새 무기 개발보다는 이미 개발된 무기를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맞서고 있다.
프랑스는 자국과 이탈리아가 공동 개발한 아스터 미사일이 구매 대상에서 빠진 것에 대해서도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고문으로 일했던 샤힌 발레는 “프랑스는 유럽에서 만든 무기가 있는데도 ‘유럽 영공 방어 계획’이 미국과 이스라엘 기술에 주로 의존하는 데다가 남유럽이 사실상 배제된 것에 대해 불쾌해 한다”고 전했다.
두나라는 그동안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이견을 조정하고 타협을 이끌어왔으나, 독일에서 2021년 12월 올라프 숄츠 총리가 집권한 이후에는 환경·에너지·국방 등 여러 분야에서 이견을 노출하며 마찰을 빚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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