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한 지역 커뮤니티가 4월 11일 퇴거 유예를 지지하는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퇴거 유예는 팬데믹 대유행 초기에 미국 전역에 실시됐고 현재 대부분 종료됐다. 하지만 노숙인 비율이 높은 오클랜드, 샌프란시스코, 버클리 등에서는 저소득 세입자들에게 여전히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도주의적 주거단체들은 주장한다. AP 연합뉴스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코로나19 팬데믹 때 적용된 퇴거 유예 정책이 종료되면서 미국에서 노숙인이 올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에서 노숙인 수를 집계하는 150곳 단체의 자료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에 견줘 올해 초 100곳 이상에서 노숙인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카고·마이애미·보스턴·피닉스 등 주요 도시 대부분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미 연방기관인 노숙인합동위원회(USICH)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이 위원회 산하 관리연속체(COC) 400곳 중 지난해 노숙인이 가장 많았던 67곳의 예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48곳 지역에서 올해 노숙인 수가 증가했다. 총 노숙인 수는 지난해 대비 평균 9% 노숙인이 늘어났고, 2020년과 비교하면 13%가 증가했다. 만일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미국은 앞으로 더 급격한 노숙인 증가율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 신문은 설명했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는 지난해 단 하루라도 노숙을 경험해본 사람은 전국에서 약 58만2500명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주택가격 상승과 높은 임차 비용, 합리적 가격의 주택 공급 제한 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게 노숙인 관련 기관들의 주장이다. 지역 정부 협회에 따르면 2017년과 2022년 사이에 아파트 임대료가 68% 상승한 피닉스 지역에서 마리코파 카운티는 7%의 노숙인 증가율을 기록했다. 팬데믹 시기 정부가 지원한 주택 바우처를 통해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임대주택에서 생활하던 55살 주민 수 코스는 올 봄 지원이 끊기며 생애 처음으로 노숙인이 됐다. 코스는 신문에 “돈이 없었고, 지원도 없었다. 우리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이 많을 것”이라 말했다.
팬데믹 시기 시행되던 ‘퇴거 유예’와 같은 주거 보호 정책이 종료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자동차 등을 거처로 쓰는 이들이 늘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미네소타주 헤네핀 카운티의 주택 안정 책임자인 데이비드 휴잇은 “퇴거 유예 조치가 사라지자 노숙인 숫자는 다시 증가했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