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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요? 중국 청년들의 냉소

등록 2023-07-14 06:00수정 2023-08-16 19:46

‘중국판 n포세대’ 탕핑 관련 조언 기사에
누리꾼들 “국영기업서 청춘 바치고 싶다”
지난 4월 중국 충칭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많은 청년들이 참석해 일자리를 찾고 있다. 충칭/AFP 연합뉴스
지난 4월 중국 충칭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많은 청년들이 참석해 일자리를 찾고 있다. 충칭/AFP 연합뉴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밑바닥부터 시작하자”는 내용의 청년 실업 관련 기사를 보도하자, 중국 누리꾼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조언이라는 냉담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인민일보>는 지난 10일 ‘올바른 직업관을 수립하자’라는 제목의 시평을 통해 최근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해 청년들에게 조언하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신문은 “대학 졸업생 등 젊은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장점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바의 접점을 찾고, 평안한 마음을 유지하며 일자리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인 안목, 현장성, 실천 속에서 학습 능력과 직업 능력을 향상시켜야 취업과 창업에서 더 많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청춘은 이상을 갖고 분투해야 한다. 농촌진흥, 녹색개발, 사회 서비스, 군복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춘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며 “조국과 인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열과 성을 다해 일하면 후회 없는 청춘의 기억과 평생의 정신적 부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를 읽은 중국 누리꾼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잔소리’라는 반응을 내놨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한 누리꾼은 “왜 이 기사를 사람들이 외면할까. 중국은 이미 계층이 고착화됐고 노력으로 돌파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며 “불공정이 있는 곳에 혁명이 있다”고 적었다. 다른 누리꾼은 “이 기사는 조롱을 피하기 어렵다. 이 글을 쓴 이는 어떤 경로로 인민일보에 입사했느냐”는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누리꾼은 중국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인 국영기업 중국연초총공사와 중국석유총공사 등에서 “청춘을 바쳐 일하고 싶다”고 냉소했다.

중국은 지난 5월 16~24살 청년 실업률이 20.8%로 사상 최대치를 찍는 등 청년 실업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올해 대학 졸업자는 무려 1158만명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지만,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 때문에 일본의 ‘사토리 세대’, 한국의 ‘엔(n)포 세대’처럼 집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젊은이를 뜻하는 ‘탕핑’(躺平)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일자리를 찾아 쏟아져 나오는 젊은이들을 흡수해야 할 중국 경제는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경제 성장이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거대 정보통신(IT) 기업과 사교육 업체 등 젊은이들이 많이 취업하는 기업에서도 신입 사원을 거의 뽑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은 올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청년 실업 문제를 핵심 국정 과제로 삼는 등 해결을 위해 힘쓰고 있지만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한국의 관세청)는 13일 중국의 6월 수출액이 2853억달러(약 364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2.4%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자 중국 당국은 1970년대 문화대혁명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농촌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중국 교육부 등 4개 부처는 지난해 6월 대학 졸업생의 농촌 취업을 권장하는 통지문을 발표했다. 농촌으로 내려가 창업할 경우 각종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뼈대였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같은 메시지를 거듭 내놓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초 중국농업대학 과학기술원 학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여러분이 논밭과 농가에 깊이 들어가 일을 하면서 민생을 이해한다고 하니 매우 기쁘다”며 “여러분이 편지에서 말하길 중국 농촌에 들어가야 실사구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대중과 하나가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며 ‘사서 고생을 한다’고 했는데, 정말 옳은 말이다. 신시대 중국 청년들은 마땅히 이런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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