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총선을 앞두고 훈센 캄보디아 총리(왼쪽)와 그의 아들 훈 마네트(오른쪽)이 지난 21일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38년째 집권 중인 훈센(70) 캄보디아 총리가 직에서 물러나면서 장남에게 권력을 물려주겠다고 밝혔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26일 훈센 총리가 이날 국영티브이의 특별 방송에 나와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이다. 국왕이 내달 7일 장남 훈 마네트(45)를 총리로 지명한다. 그가 22일 국회 표결을 거쳐 새 총리직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훈센 총리는 퇴임 후엔 “집권당 대표와 국회의원직은 그대로 유지한 채 국왕 최고 자문위원장을 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력 세습 논란에 대해선 “훈 마네트는 이번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32살이던 1985년 총리직에 취임했고, 1997년 친위 쿠테타를 통해 독재 권력을 구축한 뒤 38년 간 캄보디아를 통치해왔다.
훈센 총리가 이끄는 집권 캄보디아인민당(CPP)은 앞선 23일 총선에서 전체 125석 가운데 120석을 차지해 압승했다. 나머지 5석도 친정부 성향의 정당 푼신펙(FUNCINPEC)이 차지했다. 5년 간 집권 연장이 가능했지만,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길을 택했다.
이는 예견된 선택이었다. 훈센 총리는 2021년 12월 당시 43살이던 장남을 후계자로 지명했다. 집권 캄보디아인민당 역시 그를 ‘미래의 총리 후보’로 여겨 왔다. 훈 마네트는 현재 캄보디아군 부사령관(육군 대장)을 맡고 있고, 당에선 중앙위원회 상임위원 직을 갖고 있다. 이번 총선에선 수도 프놈펜의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1999년 미국의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했고, 이후엔 미국 뉴욕대와 영국 브리스톨대학에서 각각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방 국가에서 오래 공부해 독재자인 부친과는 다른 방향으로 캄보디아를 이끌 것이란 기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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