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시아계 승객이 휴대전화로 자신들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소녀가 이 여성에게 달려들고 있다. 당시 영상을 촬영한 승객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미국 뉴욕 지하철에서 아시아계 승객들을 폭행한 10대 소녀가 경찰에 붙잡혔다.
8일(현지시각) 시비에스(CBS) 뉴욕방송은 뉴욕 경찰이 이날 뉴욕 지하철에서 아시아계 여성 2명을 폭행한 혐의로 16살 소녀를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같은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지난 3일 밤 네바다주에서 뉴욕을 방문한 아시아계 가족이 지하철 좌석에 앉자 건너편 좌석에 앉아 있던 10대 소녀 3명이 이들을 향해 삿대질하며 모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한 소녀는 “두 아이를 데리고 온 게 걱정되느냐? 내가 당신 딸들 앞에서 당신을 때릴 거니까 그걸 걱정하라”며 가족을 위협했다.
지난 3일 밤 네바다주에서 뉴욕을 방문한 아시아계 가족이 지하철 좌석에 앉자 건너편 좌석에 앉아 있던 10대 소녀 3명이 이들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당시 영상을 촬영한 승객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당시 아시아계 부부는 11살 된 쌍둥이 딸들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던 중이었다. 이들 부부는 소녀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사태는 악화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아이들의 엄마는 시비에스에 “모욕에 모욕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급기야 아이들의 아빠가 나서 “그런 표현 말고 좀 더 괜찮은 표현을 써줄 수 없겠냐”며 자제를 당부했지만 소녀들은 오히려 더 공격적인 태도로 가족을 위협했다.
그때 다른 아시아계 승객이 휴대전화로 자신들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한 소녀가 이번에는 이 여성에게 달려들었다. 이 여성은 시비에스에 “갑자기 달려와 내 머리카락을 잡아 바닥에 내동댕이쳤고 여러 차례 주먹을 날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지난 3일 밤 네바다주에서 뉴욕을 방문한 아시아계 가족이 지하철 좌석에 앉자 건너편 좌석에 앉아 있던 10대 소녀 3명이 이들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당시 영상을 촬영한 승객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이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들의 엄마가 달려와 소녀를 밀쳐내자 소녀는 엄마도 폭행했다. 그는 시비에스에 “(소녀의 폭행으로) 안경이 깨졌고 며칠 동안 두통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시비에스는 “그의 신체적 부상은 회복되겠지만, 정신적 상처는 금방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소녀의 폭행은 지하철이 다음역에 정차할 때까지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이 다음역에 멈추자 다른 승객들은 아시아계 가족과 승객이 무사히 내릴 수 있게 도왔다.
한편 뉴욕 경찰은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범죄는 지난해 64건에서 올해 30건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