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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죽어가는 짐꾼을 신기록 위해 외면했나…‘히말라야 비극’ 진실은?

등록 2023-08-13 10:52수정 2023-08-13 18:35

노르웨이 산악인 “구하려고 최선 다해”
노르웨이 산악인 크리스틴 하릴라가 히말라야 K2 정상 등반 뒤인 5일(현지시각) 카트만두 국제공항을 찾았다. AFP 연합뉴스
노르웨이 산악인 크리스틴 하릴라가 히말라야 K2 정상 등반 뒤인 5일(현지시각) 카트만두 국제공항을 찾았다. AFP 연합뉴스

노르웨이의 유명 산악인이 사고로 죽어가는 짐꾼(포터)을 구하지 않고 히말라야 등반을 강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산악인은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했다.

11일(현지시각)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노르웨이 산악인 크리스틴 하릴라가 “자신과 등반팀은 파키스탄인 짐꾼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며 자신에게 제기되는 의혹을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하릴라는 네팔인 셰르파(산악 등반 안내인)와 함께 지난달 27일 히말라야 ‘케이(K)2’ 정상에 올랐다. 이들은 전 세계에서 높이 8000m 이상인 산 14곳을 3개월 1일 만에 등정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이들이 등반 도중 절벽에서 떨어져 밧줄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가 숨진 파기스탄인 짐꾼 모하마드 하산을 구조하지 않고 지나쳤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비판이 일었다. 하산은 하릴라의 등반팀 소속은 아니다.

사건 당일 K2에 올랐다는 오스트리아 출신 산악인 빌헬름 슈타인틀은 지난 8일 오스트리아 매체 더 스탠더드에 “한 남성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데도 등반가들이 그를 지나쳐 계속 산에 올라가는 모습이 담긴 현장 드론 영상을 봤다”고 주장했다. 드론을 조종해 영상을 찍은 촬영기사(카메라맨)도 더 스탠더드에 “세 명의 다른 목격자의 설명을 종합해 절벽에 매달린 남성이 약 50명의 사람이 지나가는 동안에도 살아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상을 보면 1명이 남성을 치료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고 했다. 그는 “현장에 셰르파뿐만 아니라 산악 가이드도 있었지만 조직적인 구조 작업이 없었다는 게 사실이다”며 “수치스러운 일이다.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살아있는 사람이 남겨졌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하릴라 외에도 다른 두명의 산악인이 하산을 지나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르웨이 산악인 크리스틴 하릴라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입장문. 인스타그램 갈무리
노르웨이 산악인 크리스틴 하릴라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입장문. 인스타그램 갈무리

그러나 하릴라는 시엔엔에 “그가 절벽에서 떨어졌을 당시 우리는 그곳에 있었지만 추락 장면을 보지는 못했다”며 “밧줄에 매달려 있는 그를 보고 구하려고 했다”고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하릴라의 등반팀이 하산을 목격했을 당시 하산은 다운 슈트(방한 점퍼)를 입지 않았고 눈·바람, 저온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였다고 한다.

시엔엔은 하릴라가 “수시간 동안 하산을 구하려고 했지만 길이 좁고 여러 조건이 좋지 않았다. 눈사태가 일어났다는 보고를 받고 나머지 등반팀원을 확인하기 위해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릴라는 등반팀 가운데 촬영 기사가 남아 하산에게 산소와 따뜻한 물을 주었지만 산소가 부족해지자 현장을 떠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릴라는 “병목 지점에 사람이 너무 많으면 구조가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 앞으로 전진했다. 뒤에 남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하산이 도움을 받아 내려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며 “나중에야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완전히 알게 됐다”고 했다.

하릴라는 “살해위협을 받았다”면서 시엔엔에 말한 것과 비슷한 내용을 담은 사건 관련 입장문을 자신의 누리집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0일 올리기도 했다.

의혹을 제기한 슈타인틀은 모금플랫폼 ‘고펀드미’에 하산을 위한 모금페이지를 열었다. 슈타인틀이 모금페이지에 올린 내용을 보면 하산은 27살로 세명의 어린 자녀가 있다.

하릴라는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해당 모금페이지 링크를 올렸다. 그는 “하산의 가족과 그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하며, 이 모든 상황에 대해 매우 슬프게 생각한다”며 “하산의 가족을 위해 고펀드미를 개설한 슈타인틀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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