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클리닉에 경구용 임신중지약 미페프리스톤이 책상 위에 놓여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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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소법원에서 먹는 임신중지약인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하는 판결이 나와 미국 내에서 뜨거운 논란이 재연됐다. 지난해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 6개월(약 22~24주)까지 임신중지권을 보장하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50년 만에 폐기한 뒤, 임신중지권을 후퇴시키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제5연방항소법원은 이날 임신 10주 이내에 허용되던 미페프리스톤을 임신 7주 이내로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에는 그밖에 원격 처방과 우편 배송을 금지하고 약을 원하는 이들은 직접 세 차례 의사를 방문해 처방 받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통신은 이 판결을 주도한 세 명의 판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 조지 부시 전 행정부로부터 지명된 인물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판결은 미 연방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릴 때까진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미 법무부는 앞선 4월 텍사스주 연방법원이 미페프리스톤의 사용 허가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리자 이에 반발하며 항소했다. 이날 판결은 같은 사안에 대해 항소법원이 다시 판단을 내린 것이다. 미 법무부는 즉각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00년 미 식품의약국(FDA)이 사용을 허가한 뒤 미페프리스톤은 23년 간 미국에서 널리 활용돼 왔다. 식품의약국은 2021년엔 이 약이 안전하다는 연구를 기반으로 대면 처방·조제 요건을 폐지하고 원격 처방과 우편 배달이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해 ‘로 데 웨이드’ 판결이 폐기된 뒤 임신중지권을 옹호하는 미국 내 여러 시민단체들은 원치 않는 임신으로 위기에 처한 이들을 위해 이 약을 우편으로 보내주기도 했다.
미국 산부인과학회와 미국의사협회 등은 이날 판결에 대해 미페프리스톤의 접근성을 제한하면 여성들이 수술을 통한 임신중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 선택권이 크게 제한된다고 우려했다.뉴욕타임즈는 “현재 미국에서 임신중지의 절반 이상이 약물을 통하고 있다”며 “임신을 종결하는 가장 보편적 방법을 제한하는 이번 판결의 운명을 놓고 대법원에서 결전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미페프리스톤을 생산하는 제약회사 젠바이오프로의 최고경영자(CEO) 에반 마싱길은 성명을 내어 “과학에 기반한 의약품에 대해 접근성을 훼손하려고 법원을 이용하는 극단주의자와 특수 이익단체들의 시도에 대해 우리는 우려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