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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잿더미 차 안에 3대 일가족이…하와이 산불 희생자들 ‘알로하’

등록 2023-08-17 16:49수정 2023-08-17 23:19

대형 산불이 휩쓴 미국 하와이제도 마우이섬 라하이나에 살던 프랭클린 트레조스(68)는 반려견을 구하려다가 함께 희생됐다. 엔비시(NBC) 누리집 갈무리
대형 산불이 휩쓴 미국 하와이제도 마우이섬 라하이나에 살던 프랭클린 트레조스(68)는 반려견을 구하려다가 함께 희생됐다. 엔비시(NBC) 누리집 갈무리

반려견을 껴안고 발견된 주검, 잿더미가 된 차 안에서 발견된 3대 일가족…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로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코스타리카 출신의 프랭클린 트레조스(68)는 30여년 전 일을 통해 만나 가까워진 제프 보가르 부부 집에서 함께 지내 왔다. 트레조스는 특히 3살짜리 반려견인 골든 리트리버 샘을 무척 사랑했다.

지난 8일 화마가 라하이나를 덮쳤을 때 트레조스와 보가르는 이웃들을 먼저 대피시켰다. 이 시각 어머니를 간병하느라 집을 비웠던 보가르의 부인은 16일(현지시각) 엔비시(NBC)와의 인터뷰에서 불길이 곧장 남편과 트레조스를 향해 치닫기 시작하자 각자 다른 자동차로 달려가 탈출을 시도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트레조스는 차로 달려가던 도중 보가르 부부가 아끼고 친자식처럼 여겼던 반려견을 껴안았다. 보가르는 차 시동이 걸리지 않자 다른 안전한 곳으로 기어들어 갔다. 가까스로 화마는 피했지만 불길에 수많은 화상을 입었다.

이튿날 보가르는 트레조스를 찾으러 집으로 돌아왔다. 화마가 덮친 이들의 집은 완전히 파괴돼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보가르는 차 안에서 트레조스의 주검을 발견했다. 그는 함께 숨진 반려견을 몸으로 덮고 있었다. 보가르의 부인은 엔비시에 “트레조스가 해치백(트렁크 부분이 돌출되지 않고 지붕 끝단과 범퍼가 연결된 차)에 기어들어가 반려견 위에 누워 있던 것 같다”며 “트레조스보다 반려견의 유해가 더 많이 남아 있었다”며 그가 반려견을 보호하다가 숨졌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보가르의 부인은 “그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며 “그는 가장 친절한 사람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대형 산불로 미국 하와이제도 마우이섬 라하이나에 살던 3대에 걸친 일가족 4명이 불길을 피하려다 숨졌다. 하와이 뉴스 나우 누리집 갈무리
대형 산불로 미국 하와이제도 마우이섬 라하이나에 살던 3대에 걸친 일가족 4명이 불길을 피하려다 숨졌다. 하와이 뉴스 나우 누리집 갈무리

이번 화재로 3대에 걸친 일가족 4명이 불길을 피하려다 숨지기도 했다. 이들의 주검은 지난 10일 집 근처에서 불에 탄 차 안에서 발견됐다. 유가족은 하와이 뉴스 나우에 “우리 가족을 대표해 사랑하는 부모님인 파소와 말루이 포누아 톤과 사랑하는 여동생 살로테 타카푸아, 그의 아들 토니 타카푸아에게 ‘알로하’(하와이어로 안녕이라는 뜻)를 보낸다”며 “슬픔의 크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들에 대한 기억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새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산불이 휩쓴 미국 하와이제도 마우이섬 라하이나에 살던 캐럴 하틀리(60)의 언니는 지난 10일(현지시각) 페이스북을 통해 동생의 행방을 찾았지만 결국 동생은 주검이 돼 돌아왔다. 시엔엔(CNN) 누리집 갈무리
대형 산불이 휩쓴 미국 하와이제도 마우이섬 라하이나에 살던 캐럴 하틀리(60)의 언니는 지난 10일(현지시각) 페이스북을 통해 동생의 행방을 찾았지만 결국 동생은 주검이 돼 돌아왔다. 시엔엔(CNN) 누리집 갈무리

마우이섬에서 지내는 가족들과 연락이 끊기면서 캐럴 하틀리(60)의 언니도 지난 10일(현지시각) 페이스북을 통해 동생의 행방을 찾았지만 결국 동생은 주검이 돼 돌아왔다. 하틀리는 8일 함께 살던 남자친구와 불길을 피해 집 밖으로 나왔지만 검은 연기가 뒤덮어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두사람은 서로의 이름을 계속 외치며 서로를 찾았다. 남자친구는 “뛰어, 뛰어, 뛰어. 캐럴”이라고 소리쳤지만, 더 이상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간신히 탈출한 남자친구가 다음날부터 지인들과 함께 수색조를 짜 하틀리를 찾아다니다가 지난 12일 집터에서 그녀의 주검을 발견했다.

남자친구는 그녀가 누군가를 돕기 위해 돌아섰던 것으로 짐작했다. 하틀리의 언니는 시엔엔(CNN)에 “동생의 생일이 오는 28일이었다. 동생은 곧 61살이 될 예정이었다”며 “동생은 항상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찾았고 다른 사람들을 도왔다”며 그리워했다.

하와이 당국은 지난 15일 현재까지 파악한 사망자 106명 가운데 신원 확인 뒤 가족에게 통보한 로버트 다이크먼(74), 버디 얀톡(79) 등 희생자 2명의 이름과 나이를 공개했고, 이들을 애도하는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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