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후쿠시마산 수산물 등이 차려진 점심을 먹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총리관저 페이스북 갈무리
#먹어서 응원하자 #스톱풍평피해
30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페이스북에 식사 장면이 담긴 영상과 함께 이러한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올라왔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중국이 일본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하자 ‘먹어서 응원하자’에 나선 것이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관저에서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 오구라 마사노부 아동정책담당상과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아 점심을 했다. 점심으로 나온 광어, 농어, 문어회 등은 모두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지난 29일 잡아 올린 식재료였다. 밥도 후쿠시마산 쌀로 지었다고 한다.
30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먹은 후쿠시마산 식재료로 만든 점심. 총리관저 페이스북 갈무리
영상을 보면 기시다 총리는 회를 한 점 먹은 뒤 웃으며 “오이시데스”(美味しいです·맛있다)라고 했다. 영상을 올린 자신의 에스엔에스 계정에는 “후쿠시마산 식재료, 일본의 음식은 맛있다”고도 적었다.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은 식사 뒤 기자들에게 “기시다 총리가 ‘씹는 맛이 좋다’고 말하며 음식을 다 먹었다. 총리가 앞장서서 어업인을 지원하려는 자세를 보여줬다”고 했다.
30일 일본 총리관저에서 후쿠시마산 수산물 등으로 차려진 점심을 먹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내각 관료들. 총리관저 페이스북 갈무리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정부는 정치인과 유명인이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국내외에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에도 같은 취지로 ‘먹방’을 한 것으로 보인다. 뜬소문으로 인한 피해라는 뜻의 ‘풍평피해’를 “그만하자”라는 메시지를 올리며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이후 유명 정치인, 연예인, 운동선수 등을 앞세워 후쿠시마산 식재료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동일본 대지진 두달이 지난 2011년 5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도 후쿠시마산 식재료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동일본 대지진 이재민을 위로하기 위해 후쿠시마현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 후쿠시마산 체리와 오이를 권했다. 당시 일본 언론은 세 나라 정상이 웃으면서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먹는 장면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2011년 5월21일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이명박 전 대통령(가운데)이 원자바오 중국 총리(오른쪽),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왼쪽)와 함께 후쿠시마산 체리를 시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