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연필로 종이에 글쓰기 공부를 하고 있다. 스톡홀름/AP 연합뉴스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학교 교육에서 앞서가던 스웨덴이 종이책과 독서, 손으로 글쓰기 등 전통 방식의 교육을 새삼 강조하고 나섰다. 태블릿 등 디지털 도구가 어린이들의 교육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나타난 변화다.
에이피(AP) 통신은 최근 개학한 스웨덴의 학교에서 종이책 사용, 조용히 앉아서 책읽기, 필기도구를 사용한 글쓰기가 새롭게 강조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대신 태블릿 같은 디지털 기기 사용, 학생 혼자 인터넷 검색하기, 키보드 자판 익히기 등에 할애하는 시간은 줄었다.
이런 변화는 우파 정부가 들어선 이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로타 에드홀름 교육부 장관은 디지털 도구를 교육에 대거 활용하는 걸 강하게 비판하며, 종이책 사용 확대 등을 주장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유치원생들에게 디지털 기기 사용을 의무화한 국립교육청의 결정을 취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6살 이하 아동 교육에 디지털 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 학교의 종이책 구입 예산으로 6억8500만크로나(약 823억원)를 책정했다.
교육부의 이런 움직임은 디지털 기기가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저해한다는 유명 의과대학의 연구 결과 발표 덕분에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디지털 기기가 학습을 방해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있다”며 “초점은 다시 인쇄된 교과서를 통한 지식 습득과 교사의 전문 지식에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네스코(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도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서 디지털 기기를 통한 교육이 교사들이 지도하는 대면 교육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스웨덴 학생들의 읽기 실력이 떨어졌다는 점도 전통적인 교육 방법 옹호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제교육성과평가협회(IEA)의 읽기 능력 테스트에서 스웨덴의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은 지난 2016년 555점(500점이 중앙 기준점)을 얻었으나 2021년에는 544점으로 11점이 떨어졌다. 2021년 점수는 싱가포르, 홍콩, 러시아, 잉글랜드, 핀란드 등에 이은 공동 7위의 우수한 점수지만, 스웨덴은 점수 하락에 주목하고 있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한 초등학교 교사 카타리나 브라넬리우스는 그전부터 수업 중에는 제한적으로만 태블릿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학 수업 때는 태블릿을 쓰고 몇몇 앱도 활용하지만, 글을 쓰는 데는 태블릿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이런 움직임은 교육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 확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독일과 대조되는 모습이라고 에이피 통신은 지적했다.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지만, 교육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디지털 기기 활용도가 낮다. 이 때문에 디지털 기기를 통한 교육을 강화하지 않으면 다른 유럽 국가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웨덴 교육부의 디지털 기기 비판을 정치 이념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모내시 대학의 닐 셀윈 교수(교육학)는 기술의 영향을 비판하는 건 “보수 정치인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움직임”이라며 “이는 전통적인 가치에 헌신한다는 걸 보여주기에 깔끔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