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지중해와 맞닿은 리비아 북동부 항구도시 데르나에서 이틀간 내린 폭우로 댐이 무너져 재앙적 홍수가 발생했다. 리비아 동부를 관할하는 리비아국민군(LNA)은 희생자가 2천명이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AFP 연합뉴스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북부를 강타한 강력한 폭풍우로 댐이 무너져 지역 주민이 적어도 2천여명 희생됐다. 현재 실종자도 적어도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어, 희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리비아 동부 지역을 사실상 통치하는 리비아국민군(LNA)의 아메드 미스마리 대변인은 11일 “인구 10만명의 항구도시 데르나에서만 2천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6천여명이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고 미국의 시엔엔(CNN) 등이 보도했다. 그는 “거대한 홍수가 마을 전체를 휩쓸어 다리 3곳이 파괴되는 등 시설물들이 바다로 떠내려갔다”고 말했다. 리비아 동부 의회가 지명한 오사마 하마드 총리도 이날 현지 방송에 “지난 주말 폭우로 실종자가 수천명에 이르고 사망자도 2천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인구 650만명의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봉기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이후 내전에 휩싸였고, 2014년부터 나라가 동부와 서부로 실질적으로 나뉘었다. 동부는 리비아국민군이 장악했으며 서부는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트리폴리 통합정부(GNU)가 통치하고 있다.
지난 9일부터 비를 뿌린 폭풍 ‘다니엘’은 이틀에 걸쳐 강한 폭우를 동반하며 10일 오후 지중해와 마주한 리비아 동북부 해안도시 자발아크다르와 벵가지, 데르나 등에 큰 타격을 입혔다. 리비아 상륙 전 그리스에 물폭탄을 쏟아부은 폭풍 다니엘은 많은 비와 강한 바람을 동반했으나 이집트 서쪽으로 이동하며 세력이 많이 약해졌다.
피해가 가장 큰 도시 데르나에서 낡은 댐 두 개가 무너져 재앙적 홍수가 발생해 가옥이 모두 잠기면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많은 비가 내려 댐이 수량을 못 이겨 무너져내리면서 굉음도 들렸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데르나 주민 중 한 명은 소셜 미디어에서 “날이 밝으며 거리로 나갔지만 길이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데르나 당국은 페이스북에 “상황은 제어할 수 없는 상태이며 재앙과도 같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했다. 벵가지에도 통행 금지령이 내려지고 학교가 문을 닫았다. 석유를 수출하는 항구 네곳은 지난 9일부터 폭우로 폐쇄됐다.
리비아 적신월사의 타크피크 슈크리 대변인은 “이번 홍수로 현재까지 2084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이재민도 2만명 넘는다”고 말했다. 벵가지에 거점을 둔 리비아 동부 정부는 사망자를 3천명, 실종자는 1만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전했다.
리비아 동부 정부의 하마드 총리는 전날 데르나시를 비롯한 피해 지역을 재해 지역으로 지정하고 3일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서부 트리폴리 정부의 압둘하미드 드베이바 총리도 이번 참사에 애도의 뜻을 밝히고 같은 조치를 선포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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