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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우크라 농산물 수입’ 갈등 고조…폴란드 “무기 지원 중단”

등록 2023-09-21 11:31수정 2023-09-22 02:32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금지를 둘러싼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금지를 둘러싼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입 금지 연장으로 고조된 두 나라의 갈등이 계속 증폭되면서,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중단까지 선언했다. 폴란드는 지난해 2월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대거 받아주고 무기도 제공하는 등 동유럽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나라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20일(현지시각) 폴란드의 폴자츠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전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농산물을 둘러싼 갈등에도 무기 지원을 지속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크라이나에 더는 무기를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의도는 없다며 서방의 무기가 자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전달되는 건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농산물 수입 금지에 대해 보복에 나설 경우 수입 금지 품목을 더 확대하는 걸로 맞대응하겠다고도 경고했다.

그동안 동유럽 국가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하던 폴란드가 무기 지원 중단까지 거론하는 것은 폴란드의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금지 연장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유엔총회에서 일부 유럽 국가들이 농산물 갈등을 증폭시키며 간접적으로 러시아를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려스럽게도, 유럽의 일부가 정치 극장판에서 연대를 끝장내고 있으며 곡물 문제를 스릴러물로 바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한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모스크바의 배우를 위한 무대 설치를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폴란드 외교부는 자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를 초치해 이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 외교부는 성명을 내어 “어제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일부 유럽연합 국가들이 러시아를 간접 지원하면서 연대를 가장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두 나라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 중순 폴란드와 헝가리가 자국 농민 보호를 위해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입을 중단시키면서부터다. 두 나라의 일방적인 조처로 논란이 벌어지자, 유럽연합이 개입해 5월 중순부터 폴란드 등 5개 동유럽 국가에 대한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일시 중지 조처를 승인했다. 유럽연합은 지난 15일 이 조처의 해제를 발표했으나, 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는 수입 중단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반발해 우크라이나는 18일 3개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다고 발표했다.

폴란드는 다음달 15일 총선을 앞두고 있으며 집권 여당인 ‘법과 정의당’은 새로운 극우 연합 세력인 ‘자유독립연맹’의 도전을 받고 있어, 농산물 문제에 대한 강경 기조를 늦추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법과 정의당이 39%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자유독립연맹은 9%의 지지율로 중도 성향의 ‘시민연단’(30%)에 이은 3위 자리를 놓고 좌파 연합 세력 등과 경합하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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