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이라크 북부 니네베주 도시 함다니야의 한 결혼식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최소 113명이 사망한 가운데, 인근 한 병원에 군인과 긴급 구조 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기독교인이 모여사는 이라크 북부 도시의 한 결혼식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60여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27일 에이피(AP) 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북부 니네베주에 위치한 도시 함다니야에서 결혼식장에 화재가 발생해 최소 113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부상했다고 이라크 당국이 밝혔다. 화재는 결혼식 행사 도중에 발생해 대형 결혼식장을 뒤덮었다. 나짐 알주보리 니네베 주지사는 부상자 일부가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희생자가 증가하고 있어 화재로 인한 최종 희생자수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하산 알아라크 니네베주 부지사는 로이터 통신에 “현재 113명이 사망한 것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화재 발생 순간을 담은 영상을 보면, 화재 직전 천장에서 불이 붙은 패널이 떨어지고 하객들이 탁자에서 일어나 황급히 대피하는 모습이 담겼다. 무대 위에 있던 결혼식 주인공 커플은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로이터 통신이 확보한 화재 발생 이후 영상에는 소방관들이 생존자를 찾기 위해 까맣게 탄 건물 잔해 위를 뒤지는 모습이 담겼다.
모하메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는 성명을 통해 화재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쿠르드계 채널 루다우는 결혼식장의 불꽃놀이가 화재를 발생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데페아(DPA) 통신은 이라크 민방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결혼식장의 외부 자재가 안전 기준을 위반했다. 가격이 낮고 인화성 높은 불법 자재였다”며 “화재가 발생하면 몇 분 안에 무너지는 저가 건축 자재를 사용한 결과 건물 일부가 쉽게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현장에는 화재 경보 시스템도 설치돼있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사이프 알바드르 이라크 보건부 대변인은 국영 통신에 “불행한 사건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구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불이 난 지역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서쪽으로 335㎞ 떨어진 도시 모술 인근의 작은 도시로, 무슬림이 대부분인 이라크에서 기독교인이 모여 사는 지역이다. 에이피 통신은 이번 화재에 대해 “지난 20년간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의 표적이 돼 숫자가 줄어든 이라크 기독교인들을 덮친 또 다른 재난”이라 설명했다. 인구 4천여만명인 이라크에서 기독교인은 15만명 정도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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