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임명한 나예프 알수다이리 주요르단 대사겸 팔레스타인 비상주 대사는 26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임시 행정수도 라말라를 방문해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을 만났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배포 사진. EPA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논의 중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30년만에 외교 대표단을 파견했다. 이는 사우디가 이스라엘과의 외교정상화를 하더라도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이라는 ‘팔레스타인 대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강조한 의도로 해석된다.
26일 로이터 통신 등은 나예프 알 수다이리 주요르단 사우디 대사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라말라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알 수다이리 대사는 “팔레스타인의 대의와 팔레스타인 땅, 팔레스타인 국민들은 지위가 높고 중요하며, 앞으로 며칠간 사우디와 팔레스타인 간에 더 큰 협력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알 수다이리 대사는 이날부터 이틀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 리야드 알-말리키 외무장관 등 고위 인사들과 만날 예정이다.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성명을 내어 알 수다이리 대사의 방문을 환영하며 “두 나라의 강력한 유대를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 말했다.
앞서, 지난달 12일 사우디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대사를 임명했다. 알 수다이리 주요르단 대사가 비상주 팔레스타인 대사와 예루살렘 총영사를 겸하도록 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알 수다이리 대사가 팔레스타인에 직접 방문했다.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팔레스타인에 사우디의 외교 대표단이 직접 방문한 것은 1993년 ‘오슬로 협정’ 이후 30년 만이다. 오슬로 협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팔레스타인의 자치와 이스라엘의 존재를 상호 인정하는 내용을 뼈대로 맺은 조약이다.
알 수다이리 대사는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 협상에 대해 “나라 간에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것은 보편적인 일”이라며 “사우디가 2002년 제안한 ‘아랍 평화 이니셔티브’가 다가올 합의의 기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랍 평화 이니셔티브’는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점령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골란고원 등에서 철수해야 범아랍권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고 수교할 수 있다는 합의이다. 알 수다이리 대사의 이날 발언은 팔레스타인의 독립 국가 건설을 이스라엘과의 수교 조건으로 내건 사우디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중동에서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도록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모두 협상에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사우디는 협상의 조건으로 자국에 대한 안보 및 원자력 기술 지원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또한, 사우디는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30년 만에 사우디가 외교대표단을 팔레스타인에 보낸 것에 대해 “이는 사우디가 (이스라엘과의 관계정상화에서) ‘팔레스타인 대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신호를 보내려는 명백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이스라엘 장관급 인사가 사상 처음으로 사우디에 공식 방문했다. 하임 카츠 이스라엘 관광부 장관은 이틀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 머물며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스라엘 관광부는 “하임 카츠 장관이 대표단을 이끌고 사우디를 공식 방문한 첫번째 이스라엘 장관급 인사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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