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단·중거리 미사일 요격 시스템 아이언돔이 이스라엘과 가자지역 국경 근처에 배치되어 있다. 가자/EPA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7일(현지시각) 3천발 이상의 미사일을 동원해 이스라엘을 집중 공격해 이스라엘이 자랑하던 첨단 방공망 ‘아이언돔’을 무력화시켰다. 전문가들은 집중 공격으로 아이언돔이 요격 용량의 한계를 드러냈거나 하마스가 신형 무기를 동원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기만 전술에 속아 대규모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8일 이스라엘의 단거리·중거리 미사일 요격 시스템 아이언돔이 하마스의 이번 공격에 압도당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수백발의 미사일을 잇따라 쏘는 방식으로 아이언돔을 무력화시켰다.
이동식 방공 시스템인 아이언돔은 레이더를 이용해 미사일 발사를 감지한 뒤 미사일의 궤적을 분석해 낙하 지점을 예측한다. 이어 낙하 지점이 인구 밀집 지역으로 향한다고 판단하면 미사일을 쏴 요격을 시도한다. 미사일이 사람이 살지 않는 곳으로 향할 경우 요격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는다. 값비싼 요격 미사일을 아끼면서 방공망을 유지하기 위한 운용 방식이다. 아이언돔의 요격률은 9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5월 요격률이 95.6%에 달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각각의 아이언돔 장비엔 요격 미사일이 20발씩만 탑재되어 있다. 20발을 모두 발사한 이후에는 새로 미사일을 장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걸린다. 뉴욕타임스는 전직 관리의 말을 인용해 하마스가 아이언돔의 취약점을 철저히 연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마스가 아이언돔의 레이더로 감지하기 어려운 새 무기를 동원해 공격을 벌였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직 관리들은 아이언돔이 과거에는 대규모 공격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한 적이 있다며 신형 무기가 아이언돔을 무력화시키는 데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마스는 이번 공격에 114㎜ 단거리 이동식 발사 시스템인 ‘라줌’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공개된 발사 영상을 보면, 각각의 발사 시스템에는 로켓포 5기씩이 3줄로 들어간다. 병사들이 손으로 로켓을 장착한 뒤 발사 시스템에 달린 핸들을 돌려 발사 각도를 조정해 쏘는 방식이다. 뉴욕타임스는 하마스가 이 신형 무기와 함께 작은 드론도 동원했다며 이번 공격에 다양한 신형 무기와 구형 무기가 총동원됐다고 전했다.
나아가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근본 원인은 ‘정보 전쟁’에서 실패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하마스에 정통한 소식통을 이용해 이들이 정교한 기만 전술을 동원해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을 예상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경제 문제에 집중하는 듯 한 인상을 주면서도 군사 훈련을 적극 실시해왔다고 전했다. 이 인물은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자신들이 전투에 나설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줬다”며 “지난 몇달 동안 이스라엘의 오판을 부르기 위해 전례가 없는 정보 전술을 전개했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가짜 이스라엘인 정착 마을을 건설하고 이곳에서 기습 공격 훈련 등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이스라엘쪽은 분명히 이런 모습을 봤다”며 “하지만 그들은 하마스가 대결에 나설 열의가 없다고 확신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군의 한 관계자도 “우리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일을 해서 돈을 벌게 되면 일정한 수준의 평온이 유지될 것으로 생각했다.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고 시인했다. 이어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돈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놓고 그 시간에 군사 훈련을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하마스의 기습적인 공격에 당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철저한 정보 수집을 바탕으로 지도자급 인사들을 암살을 시도해온 기존 대응 전략을 수정해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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