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이스라엘 남부 네티보시 상공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쏜 미사일이 밤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네티보/AFP 연합뉴스
중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정면 충돌에 대해 “민간인 폭력과 공격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대한 더 강한 비판을 기대했었다”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신문망 등 보도를 보면, 8일 오후 3시(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UN)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공개 긴급회의에서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중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간의 격렬한 충돌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이 충돌로 인해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장 대사는 “분쟁 상황이 더는 고조되지 않도록 관련 당사자들이 최대한 자제하고 가능한 한 빨리 휴전을 실현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세가 거듭 위기에 빠진 것은 근본적으로 중동 평화 프로세스가 올바른 궤도를 벗어나면서 ‘두 국가 방안’의 기반이 계속 침식되고 유엔 관련 결의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두 국가 방안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의 국가로 공존하는 방안을 뜻한다. 중국은 팔레스타인이 따로 국가를 세워야 이스라엘도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오전 누리집에 올린 입장문에서 “관련 당사자들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즉각 휴전하며 민간인을 보호하고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방지할 것을 호소한다”며 “이번 충돌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두 국가 방안’을 실천해 팔레스타인을 독립국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쪽 반응에 대해 이스라엘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베이징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소셜 미디어 플랫폼 엑스(X)에 “이스라엘은 중국이 하마스에 대해 더 강력한 비난을 하기를 기대했다”고 적었다. 이스라엘 대사관 고위 관리인 유발 왁스는 이날 기자들에게 “사람들이 거리에서 살해되고 학살당하고 있는데 지금 해결책으로 두 국가 방안을 요구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은 이날 공식 엑스 계정에 “우리는 중국이 이 어려운 시기에 이스라엘에 연대와 지지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중국은 세계 평화, 특히 중동 지역에서 평화 중재자로서의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 관계 정상화를 중재한 데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중재에도 적극 나선 상황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6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중국으로 초청해, 정상 회담을 했다. 시 주석은 당시 “중동 정세의 새로운 변화에 직면해 중국은 팔레스타인 등 개발도상국과 연대 및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과 아랍의 집단 협력을 촉진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초청한 상태다. 지난 6월말 이스라엘 총리실은 네타냐후 총리가 시 주석의 초청을 받아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며, 시 주석과 회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해 연말 재집권한 뒤 미국의 초청을 받지 못한 시점에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이스라엘 언론은 “미국이 아니어도 이스라엘의 외교적 기회는 열려 있다는 신호를 발신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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