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붕괴된 가자지구의 한 모스크를 황망한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중동의 오랜 중재자’ 역할을 해 온 이집트가 극한 고립에 내몰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휴전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자지구 탈출을 원하는 주민들을 자국으로 받아들이는 ‘안전 통로’를 열어 달라는 제안에는 선을 그었다.
로이터 통신은 11일 이집트가 전쟁으로 치닫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상황을 ‘일시적 휴전’ 상태로 전환한 뒤,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생활필수품을 제공하는 인도적 지원 방안을 미국 등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는 가자지구 쪽 접경에 있는 ‘라파흐 검문소’를 활용해 필요한 물품 등을 인도적 차원에서 제공하는 구체적 계획까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도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게 ‘6시간 휴전’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7일 하마스가 대규모 기습 공격을 가한 뒤 가자지구를 둘러싼 64㎞ 길이 콘크리트 장벽 주위에 탱크와 장갑차를 배치해 ‘철의 장벽’을 치고 전기·물·식량·연료의 공급을 차단한 상태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민 230만여명이 생필품 공급이 끊겨 위태로운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가 시작된 뒤 튀르키예·중국·러시아 등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쪽과 소통을 시도하며 중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의미 있는 소득을 얻어내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이집트에 기대를 거는 것은 오랫동안 이스라엘·하마스 양쪽 모두와 원만한 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실제 이집트는 2012년 11월 제2차 이스라엘-가자 분쟁, 2014년 7~8월 제3차 분쟁, 2021년 5월 제4차 분쟁, 올해 5월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람 지하드’ 사이 휴전 합의 등에서 훌륭한 조정자 구실을 해냈다.
다만 이집트는 가자지구에 갇힌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자국 영토로 받아들여 이번 갈등이 자신들에게까지 직접 영향을 끼치는 것에는 반대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터 통신은 이집트의 안보 담당 소식통을 인용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탈출을 위한 ‘안전 통로’를 열어주는 문제에 대해선 거부했다고 전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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