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가 얼굴을 공개한 프랑스·이스라엘 국적 인질 미아 솀(21). 엑스(X) 갈무리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현지시각) 이스라엘 공격 과정에서 억류한 인질들을 이스라엘에 수감중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석방 협상에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마스의 고위 인사 칼레드 메샬은 16일 카타르 알아라비 텔레비전에 나와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중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모두 석방시키는 데 필요한 것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메샬은 전 하마스 정치국 의장이며 현재 카타르에 있는 하마스 사무소를 이끌고 있다. 그의 발언은 이스라엘 감옥에 있는 약 6천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 전원 석방을 조건으로 인질 협상을 벌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마스는 그동안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수감자 전원 석방을 요구해왔다. 이스라엘군은 15일 하마스에 잡혀 있는 인질이 199명이며 이들의 신원을 확인해 가족들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마스는 인질이 250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 등이 전했다. 하마스의 군사조직인 알카삼 여단의 아부 우바이다 대변인은 이날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 하마스가 200명의 인질을 억류하고 있으며 다른 분파가 50명을 따로 억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적어도 22명의 인질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우바이다 대변인은 이스라엘인이 아닌 외국인들을 석방하겠다는 여지도 남겼다. 그는 “외국인들은 우리의 손님이고 우리는 그들을 보호하려 애쓰고 있다”며 “지상의 상황이 허락하는 때가 오면 다른 나라 국적자들을 풀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하마스 고위 관계자인 무사 아부 마르주크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계속 폭격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인질들을 석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은 “인질들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용맹스런 노력을 하고 있고 정보도 확보했다”면서도 “우리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공격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 고위 인사 칼레드 메샬이 16일 이스라엘 인질들을 이스라엘에 수감중인 팔레스타인 사람들 석방에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EPA 연합뉴스
알카삼 여단은 또 이날 인질 중 한명인 프랑스·이스라엘 국적 여성 미아 솀(21)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솀이 다친 팔을 치료받는 장면이 담겼다. 솀은 치료를 받은 뒤 카메라를 향해 “돌봄을 받았고 약도 제공받았다”며 “나는 최대한 빨리 집으로 돌아가길 원할 뿐이다. 내가 여기서 최대한 빨리 나가게 해달라”고 말했다. 솀의 가족들은 영상 속 여성이 미아 솀이 맞다고 확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스라엘군도 영상 속 여성의 신원을 확인하고 여성의 가족들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하칸 피단 튀르키예(터키) 외교장관은 이날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와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하고 인질 석방 문제를 협의했다. 군 소식통은 두 사람이 인질 석방 가능성과 함께 최근의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상황을 논의했다고 전했으나 더 상세한 언급은 피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인질 석방을 위해 지난주부터 하마스와 접촉해왔는데, 이날 처음 접촉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