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침공을 앞둔 이스라엘방위군(IDF) 병사들이 19일(현지시각) 전선 부대를 방문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가자/EPA 연합뉴스
이스라엘방위군(IDF)이 하마스 박멸을 위한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가자지구 안쪽에 양쪽 간 충돌을 막을 수 있는 ‘완충지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각료들의 언급이 이어졌다. 이스라엘의 보복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동 내 미군 기지들이 잇따라 공격을 받는 등 무력충돌이 역내 전체로 번지는 양상이 분명해지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9일(현지시각) 가자지구 접경 지대에서 대기 중인 병사들을 만나, (가자지구) 진입을 위해 “조직화하고, 준비하라”고 말했다. 또 “곧 가자를 안에서 보게 될 것이다. 내가 약속한다”고 침공을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언제 침공을 시작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비 디흐터 농업장관은 이날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사이 “완충지대가 가자지구 안쪽이 아니라 이스라엘 영내 쪽 50~100m에서 시작된다”며 “이는 실수이고, 고쳐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자지구 경계를 따라 여유 공간을 둬 그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누구라도 이스라엘 접경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2005년 철수하면서 가자지구 내에 완충지대를 설치했으나, 형해화된 상태다. 디흐터 장관은 향후 완충지대의 폭은 “지역·군사적 필요, 이스라엘 군 및 정착촌과의 거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엘리 코헨 외교장관도 전날 “이 전쟁이 끝나면, 하마스는 더 이상 가자지구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영토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디흐터 장관의 말대로 이스라엘이 지구 내에 완충지대를 만들면, 팔레스타인 쪽의 면적은 줄어들게 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면 충돌이 장기화되며 희생자는 급증하고 있다. 하마스는 19일 성명을 내어 “가자시티 중심부에 위치한 그리스 정교회 성 포르피리오스 교회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폭격당해 큰 손실을 입고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곳은 지난 7일 전쟁이 시작된 뒤 피란한 주민들의 쉼터로 사용돼왔다. 건물도 12세기에 지어진 가자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였다. 17일 500명에 가까운 이들이 숨진 참사가 발생한 알아흘리 아랍 병원(아랍인민병원)에서 멀지 않다. 알자지라는 이 공격으로 교회에서 아동과 여성을 포함해 8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20일 현재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3785명이 죽고, 1만249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여파는 중동 전역으로 확산 중이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19일 홍해 북부를 항해 중이던 미 해군 구축함 카니가 이날 후티 반군이 발사한 지상 발사 순항미사일 3기와 드론 여러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사일이 홍해를 따라 북쪽으로 비행하고 있었다며 “목표물을 확실히 말할 수는 없으나 이스라엘 내 목표물을 향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라크·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에 대한 공격도 증가하고 있다. 라이더 대변인은 전날인 18일 이라크 서부 아사드 공군기지에 드론·로켓 공격이 이뤄져 기지 안에서 수차례의 폭발이 있었고, 시리아의 탄프 기지도 드론 2기의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17일에도 이라크 내 미군 부대가 공격을 받았다. 라이더 대변인은 “미군과 동맹군을 어떠한 위협에도 지키는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면서도 “(이런 공격들이) 지난 7일의 하마스의 공격과 직접적 연관성은 없다”고 평가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