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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갑질도 풍년…하청업체 대금 2만3500달러, 동전으로 트럭째 전달

등록 2023-10-25 11:51수정 2023-10-25 14:40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건 가운데 손가락(욕설)을 상징하는 것 같아요.”

미국 콜로라도주의 용접 업체인 ‘파이어드업 패브리케이션’(파이어드업)의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 대니얼 빔은 지난 9월 덴버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 건물 앞에 트럭으로 배달된 6500파운드(약 2.95t)의 동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이는 파이어드업이 원청 업체로부터 받아야 할 대금이다. 원청업체에 대금을 지급해 달라고 소송을 낸 뒤 법원의 중재로 돈을 받기로 한 뒤 벌어진 일이다.

24일(현지시각) ‘시비에스(CBS) 콜로라도’는 콜로라도주 라리머 카운티 법원이 23일 용접회사 ‘제이엠에프(JMF)엔터프라이즈(제이엠에프)’가 하청업체인 파이어드업에 지급할 대금을 수표 등 일반적인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보도했다.

판사는 제이엠에프가 2만3500달러(약 3160만원)를 약 3t가량의 동전으로 지급한 것이 “악의적인 행동”이라고 했다. 판사는 제이엠에프에게 동전으로 대금 지급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낸 파이어드업에 소송비용도 지불하라고도 명령했다. 시비에스는 빔 변호사가 제이엠에프에 소송비용으로 8000달러(약 1076만원) 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이엠에프는 판결 뒤 14일 안에 동전 대신 지폐나 수표로 대금을 지급하고, 추가로 1000만원 넘는 돈을 파이어드업에 보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용접회사 제이엠에프(JMF)엔터프라이즈가 하청업체인 파이어드업패브리케이션에 밀린 대금으로 지급한 동전이 담긴 상자. 시비에스 콜로라도 누리집 갈무리
용접회사 제이엠에프(JMF)엔터프라이즈가 하청업체인 파이어드업패브리케이션에 밀린 대금으로 지급한 동전이 담긴 상자. 시비에스 콜로라도 누리집 갈무리

사건은 제이엠에프가 파이어드업에게 아파트 용접 작업 하청을 준 뒤 작업 수준이 미달이라며 대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파이어드업은 대금 지급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합의를 중재하면서 지난 7월, 2만3500달러를 지급하는 것으로 두 업체가 합의했다. 다만 시비에스는 두 업체의 합의서에는 대금 지급 방식이 명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런데 지급 시기가 되자 제이엠에프는 특수제작된 상자를 가득 실은 평상형 트럭을 빔 변호사 사무실 건물 앞으로 보냈다. 상자에는 1센트, 5센트, 10센트, 25센트 동전이 가득 들어있었다고 한다. 빔 변호사는 시비에스에 “사무실 건물 화물용 엘리베이터에 3000파운드(약 1.3t) 이상 실을 수 없다. 동전 상자를 가져가고 싶어도 가져갈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제이엠에프와 빔 변호사는 동전 수령을 거부하고 소송을 다시 제기했고, 이번에 승리하게 된 것이다.

시비에스는 제이엠에프에 이에 대한 입장을 요청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제이엠에프는 소송에서 “동전은 합의된 금액으로 제이엠에프는 합의 조건을 준수했다. 파이어드업을 괴롭히거나 합의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는 없다”고 밝히고 파이어드업이 동전 대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빔 변호사는 시비에스에 “판결에 감사한다. 문제가 해결돼 당사자들이 모두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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