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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영웅이 구워준 토스트’…엄마 구조하고 아이들 돌본 소방관

등록 2023-10-29 15:57수정 2023-10-29 22:06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 바노스 소방서는 20일 페이스북에 브라이언 톰슨 대장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던 카렌 가르시아(33)가 병원에 실려 간 뒤 집에 남은 세자녀에게 아침 식사를 만들어주는 사진을 공유했다. 로스 바노스 소방서 페이스북 갈무리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 바노스 소방서는 20일 페이스북에 브라이언 톰슨 대장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던 카렌 가르시아(33)가 병원에 실려 간 뒤 집에 남은 세자녀에게 아침 식사를 만들어주는 사진을 공유했다. 로스 바노스 소방서 페이스북 갈무리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출동한 소방관들이 집에 남은 세 아이의 아침 식사를 챙기며 어른이 올 때까지 돌봤다는 사연이 알려져 미국 지역 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각) 새벽 4시께 갑자기 잠에서 깬 카렌 가르시아(33)는 방이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느껴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 바노스에 사는 가르시아는 임신 35주 차였다. 그는 임신 기간 내내 어지럼증을 겪었다. 그러나 배가 부를수록 어지럼증은 더 심해졌다. 그는 28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게 도는 것 같았다. 정말 끔찍했다”며 “오랫동안 경험하지 못한 매우 강한 어지럼증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편도로 약 3시간 걸리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건설 현장으로 남편은 이미 출근한 뒤였다. 11살, 9살, 8살의 세자녀는 모두 잠들어 있었다.

가르시아는 몇시간 동안 구토를 했다. 아침 7시께 아이들이 깨어났을 때 가르시아는 기력이 떨어져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가르시아는 겨우 911에 연락했지만 말을 할 힘도 없어 아이들이 대원에게 상황을 대신 설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스 바노스 소방서의 브라이언 톰슨 대장을 비롯한 응급 구조대원들이 집에 도착해 구급차를 불러 그를 인근 병원 응급실로 보냈다.

소방관들의 눈에 혼란스러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가르시아의 가족은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길로이에서 약 77㎞ 떨어진 로스 바노스로 이사 왔고, 그의 친척들은 여전히 길로이에 살고 있었다. 가르시아의 오빠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연락을 받자마자 집을 나섰지만, 도착하는 데 적어도 1시간이 걸렸다.

소방관들은 가르시아의 오빠가 오기 전까지 ‘엄마’가 되기로 했다. 여섯아이의 아버지인 톰슨 대장은 “누군가도 제 아이들과 아내를 위해 그렇게 해주길 바랐다”며 “우리 모두 서로를 보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톰슨 대장은 아이들에게 오렌지 주스를 건넸다. 그 뒤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토스터기, 설탕, 계피를 꺼내달라고 부탁했다. 아이들은 그가 시나몬 슈가 토스트를 만드는 것을 도왔다.

불과 몇분 만에 아이들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톰슨 대장은 “아이들이 집안 곳곳에서 놀면서 장난감과 직접 만든 예술작품을 보여줬다”며 “대원들이 아침을 만들어준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신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엄마의 걱정을 덜어줬다”고 덧붙였다.

머지않아 가르시아의 오빠가 집에 도착했다. 가르시아의 오빠는 대원들이 아이들을 돌봐준 덕분에 안전하게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줄 수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 바노스 소방서의 브라이언 톰슨 대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각) 어지럼증을 호소하던 카렌 가르시아(33)가 병원에 실려 간 뒤 집에 남은 세자녀에게 아침 식사를 만들어주며 세자녀를 보살폈다. 워싱턴포스트(WP) 누리집 갈무리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 바노스 소방서의 브라이언 톰슨 대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각) 어지럼증을 호소하던 카렌 가르시아(33)가 병원에 실려 간 뒤 집에 남은 세자녀에게 아침 식사를 만들어주며 세자녀를 보살폈다. 워싱턴포스트(WP) 누리집 갈무리

이날 오후 6시께 가르시아는 퇴원했다. 그는 “아이들은 아침에 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신났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일을 겪었을 때 누군가가 혼란스러워할 아이들을 보살펴준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라며 “대원들의 팀워크가 돋보였다”고 덧붙였다. 가르시아가 또다시 심한 어지럼증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현재 아이들을 돌볼 가족이 항상 곁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로스 바노스 소방서는 20일 페이스북에 톰슨 대장이 아이들에게 아침을 만들어주는 사진을 공유하며 “대원이 현장에 남아 가족이 도착할 때까지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게 도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에 누리꾼들을 “이 아이들은 영웅이 아침 식사를 준비해준 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줬다” “소방관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뛰어넘고 또 뛰어넘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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