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텔아비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화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휴전은 곧 하마스에 대한 항복”이라며 “가자지구에서의 휴전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유엔이 총회 결의를 통해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한 지 사흘 만에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분명한 뜻을 밝힌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30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국제 사회가 요구하는) 휴전에 관한 이스라엘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싶다”면서 “미국이 진주만 폭격이나 9·11 테러 이후 휴전에 동의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스라엘도 지난 7일 끔찍한 공격을 당한 후 하마스와의 적대 행위를 중단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휴전을 요구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에게 항복하고, 테러에 항복하고, 야만성에 항복하라는 요구”라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미래를 위해 싸울 것인지, 아니면 폭정과 공포에 굴복할 것인지, 우리 모두가 결정해야 할 때이다. 이스라엘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은 앞선 27일 총회에서 찬성 120표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어 텔아비브에 위치한 이스라엘군(IDF) 본부에서 진행된 외신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에서도 똑같은 결심을 밝혔다. 그는 “국제사회와 지도자들에게 지금은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모든 문명화된 국가들이 이 싸움을 지지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번 전쟁이 지난 7일 하마스의 선제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정당한 방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이 전쟁을 원하지도, 시작하지 않았지만, 7일 이후 이스라엘은 전쟁 중에 있다”면서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며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하는 ‘이중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 사회가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한, 하마스는 계속 인간 방패를 테러의 도구로 사용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또한 휴전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대해 “우리는 휴전이 지금 당장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 단계에서 휴전이 오직 하마스를 이롭게 할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는 사이 희생자들은 늘어나고 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7일 이후 계속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아동 3400명을 포함해 8300명 이상(30일 기준)이 숨졌다고 밝혔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숨진 이스라엘 쪽의 희생자는 1400명이고 최소 239명이 납치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스라엘이 국제 사회의 휴전 요구를 거부하면서, 이번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머잖아 1만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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