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건물 잔해 더미에서 팔레스타인 남성 한 명이 생존자를 수색하며 절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로부터 노동 허가를 박탈당하고 가자지구로 추방된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이 “구타·고문·학대 등에 시달렸다”는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스라엘 인권단체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상대로 ‘불법 구금’을 일삼았다며 이스라엘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미국 시엔엔(CNN)은 6일(현지시각)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이뤄지기 이전에 이스라엘에서 노동자로 일하다 가자지구로 강제송환된 팔레스타인 노동자 9명을 인터뷰해 이처럼 전했다. 이들의 증언을 모아 보면, 노동자들은 전쟁이 터진 뒤 눈이 가려진 채 수갑을 차고 강제로 버스에 타게 됐으며, 나체로 짐승처럼 우리에 갇힌 채 전기 채찍을 맞았다. 닭·토끼 등을 키우던 금속 우리에는 수백명이 모여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가 이스라엘 당국으로부터 구타·고문·학대 등을 당한 셈이다.
가자 북부 출신 압둘라 알라디아는 방송에 “우리를 방망이와 금속 막대로 때리며 모욕을 줬다”며 “식수와 음식도 주지 않고 굶겼다”고 호소했다. 또 “군인들이 우리의 휴대폰과 돈을 다 가져갔고 가족과 연락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또다른 노동자 마흐무드 아부 다라베도 이스라엘군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구타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전쟁 둘째 날인 8일 구금됐다는 아부 다라베는 “몇몇은 부상을 입었고 치료받지 못해 발이 썩어가기도 했다”며 “가족들에 대해 물은 뒤 친척 중에 하마스 경찰이 있으면 구타를 당했다. 갈비뼈가 완전히 부러진 사람도 있고 고문으로 사망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쟁 전 이스라엘의 노동허가와 보안 절차를 거쳐 공사현장 또는 공장과 농장 등에서 일해왔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된 뒤 노동 허가가 취소됐고 지난 3일 가자지구 남부 국경 케렘 샬롬을 통해 강제송환됐다. 전쟁 전 약 1만8000명의 가자지구 주민이 이스라엘로 건너가 일해왔지만, 전쟁이 터진 뒤 서안지구로 도피하거나 원래 살던 곳으로 추방됐다. 이스라엘 내부에서 노동허가증을 소유한 팔레스타인 노동자 가운데 하마스의 무장대원이 포함돼있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불법 구금 상태에서 고문을 당하다 내쫓긴 것이다.
이런 증언에 대해 시엔엔이 접촉한 이스라엘 보안 당국 관계자는 “이들은 취업 허가가 취소된 후 불법으로 이스라엘에 체류한 혐의로 구금됐다”면서도 이스라엘방위군(IDF)이 가자지구 노동자들을 학대한 사건 몇 건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식 구금 시설 밖에서 학대 사례가 있었다. 이 사건들은 매우 심각하게 다뤄졌으며 담당 군인들은 징계 조치를 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구금 중에 2명이 숨졌지만, 학대가 아닌 만성질환에 의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스라엘 6개 인권 단체는 이스라엘군이 불법 구금을 저질렀다며 지난달 23일 이스라엘 고등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팔레스타인인 이동권을 위한 이스라엘 비영리 단체 ‘기샤’(Gisha)는 3일 성명에서 “구금자들은 이스라엘에 의해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군사기지 최소 두 곳의 시설에 본인 의사에 반해 구금됐다”면서 “이 시설의 상태가 극도로 심각하며 수감자들이 광범위한 신체적 폭력과 정신적 학대를 당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