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국제 적십자사(ICRC) 건물 앞에서 사람들이 모여 지난달 7일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 조처를 취하라며 시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또다른 무장 단체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가 이스라엘에서 끌고 간 인질 영상을 공개하며 조건부로 이들을 풀어줄 의사를 내비쳤다.
9일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하마스를 비롯한 가자지구 무장단체와 인질 석방 협상을 중재하는 카타르의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만 알 타니 총리 겸 외무장관,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데이비드 바네아 국장이 삼자 회담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일시적 교전 중지와 인도적 지원을 조건으로 인질 석방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며, 카타르 관료들이 전날 하마스 정치 지도자들과 먼저 만난 뒤 이튿날 삼자회담이 이뤄졌다고 방송은 전했다.
시엔엔은 외교 소식통 말을 인용해 삼자 회담에서 가자지구에 끌려간 인질 10~20명을 석방하고 그 대가로 이스라엘이 3일간 교전을 중지하고 연료 반입 등 인도적 지원을 추가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또한,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인질들의 명단을 작성해 넘길 수 있도록 하는 안도 포함됐다. 카타르가 중재하고 있는 회담은 최근 몇 주 동안 계속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있다.
이날 이슬라믹 지하드는 인질 영상을 공개하며 조건이 충족된다면 풀어줄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의 군사조직 알쿠드스 여단 대변인 아부 함자는 성명을 내어 “2명의 이스라엘 인질을 인도적, 의료적 이유로 석방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만 실행될 것”이라 밝혔다. 이들이 공개한 영상에는 인질로 보이는 77살 여성과 13살 소년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히브리어로 강하게 비판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서 여성 노인은 휠체어에 앉아 자녀들을 그리워하며 “다음 주에 볼 수 있길 바란다. 우리는 행복하고 건강하다. 모두가 그러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하마스는 지난달 7일 붙잡은 인질의 영상을 총 두 차례 공개했지만, 하마스뿐 아니라 이슬라믹 지하드가 인질을 붙잡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영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IDF) 대변인은 이날 저녁 브리핑에서 “두 명의 인질에게서 생명의 신호를 본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도 “인질들을 조만간 석방하겠다는 이들의 주장은 심리적 테러”라고 비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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