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대선 결선에 오른 세르히오 마사 후보(왼쪽)와 극우 성향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 AFP 연합뉴스
‘좌파 페론주의자냐,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냐.’
최악의 경제난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에서 진보 성향 여당 후보인 세르히오 마사(51)와 극우파 하비에르 밀레이(53) 후보가 19일(현지시각)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를 치른다. 세계 최대 채무국의 하나이자, 라틴 아메리카의 주요국인 아르헨티나의 대선 결과가 국제사회에 끼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집권 여당의 마사 후보는 현 정부 경제수석으로 실용적 좌파주의 성향 덕에 온건파 유권자들에게 많은 표를 얻고 있다.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감세, 정부 보조금 확대, 일자리 창출을 통한 빈곤층 감소 등 좌파 후보다운 ‘정공법’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전례 없는 경제난 속에서 경제 수장이자, 집권당 후보라는 ‘책임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부각된다.
이에 견줘 밀레이 후보는 우파 경제학자 출신으로 정부 복지 삭감, 중앙은행 폐쇄, 미국 달러 통화 채택, 민영화 등 파격적 공약을 내걸고 있다. 그는 거칠고 연극적인 선거 유세 스타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자주 비교돼왔다. 실제 선거에서 ‘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모자를 쓰거나, 진짜 전기톱을 들고 정부 예산을 삭감을 주장하는 유세를 벌이면서 ‘불안정한 극우’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앞서 지난달 22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선 마사 후보가 36.78%를 얻어 29.99%를 얻은 밀레이 후보에 앞섰다. 이날 결선에서 승리하는 이는 다음달 12일 취임해 앞으로 4년간 아르헨티나를 이끌게 된다.
하지만, 당선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험난한 가시밭길이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150% 가까운 인플레이션, 40%대에 이르는 빈곤층, 텅 빈 정부 재정 등 힘겨운 경제 상황에 놓여 있다.
국제사회 역시 이번 대선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콩·밀·소고기 등 주요 식량 수출국이자, 리튬·셰일가스 등 자원도 풍부하다. 국가 부도 같은 사태가 터지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로이터 통신은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 최대 채무국이자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적 맹주”라며 “투자자와 채권단이 (이번 선거를) 지켜보고 있다”고 짚었다. 투표는 19일 오전 8시~오후 6시(한국시각 19일 오후 8시∼20일 오전 6시)까지 진행된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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