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브릭스 화상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을 멈추기 위한 ‘정치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중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21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브릭스 특별정상회의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에서 정치적 해결책을 찾아 휴전하고 긴장도를 낮출 수 있게 국제 사회의 단합된 노력이 필요하다”며 “브릭스 국가들이 이 문제에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현재 회원국인 러시아·브라질·인도·중국·남아공과 내년 1월부터 가입하게 된 사우디아라비아·아르헨티나·이집트·에티오피아·이란·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정상들이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8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도 이번 전쟁을 끝낼 방안을 논의하며 두 나라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현재 가자지구에서 진행 중인 전쟁을 언급하며 “인도주의적 재앙이 벌어져 팔레스타인의 어린이들이 많이 죽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마취없이 수술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쟁이 미국의 중동 외교가 실패한 탓에 발생했다며 공세의 날을 세웠다. 푸틴 대통령은 “이 모든 사건은 사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중재 기능을 독점하려는 미국의 욕망의 직접적인 결과”라며 △가자지구 내 인도적 교전 중지 △인질 석방 △민간인 대피 등을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날 제시한 해법 역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된 국가를 만들어 공존해야 한다는 ‘2국가 해법’이었다. 미국과 국제 사회 역시 팔레스타인 문제를 풀기 위해선 이 방법 밖에 없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인물로 꼽히고 있다. 1년 9개월째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과 지원 의지가 크게 꺾였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가자지구 위기를 자신의 지정학적 이익에 활용하려 한다”면서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나온 이날 발언도 “미국의 지배에 대항하기 위한 새 질서를 구축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는 한편, 시리아 견제를 위해 러시아가 필요한 이스라엘과도 교류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미국과는 다른 입장이다.
브릭스 정상회의의 올해 의장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도 “이번 전쟁은 대량 학살 수준”이라며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판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에서 러시아의 신중한 접근 방식과 일치한다”며 “이는 러시아가 영향력 있는 세계적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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