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세계적인 고물가 현상으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값 싼 즉석라면(인스턴트 라면)소비량이 전세계적으로 증가한 걸로 나타났다. 라면을 즐겨 먹지 않던 나라나 각국 중산층까지 고물가 극복을 위해 라면 소비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22일 세계라면협회(WINA)의 집계를 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소비된 라면은 1212억인분(개)으로 전년(1181억인분) 대비 약 2.6% 증가했다. 이 협회는 일본 오사카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일본 주간지 닛케이비지니스는 봉지라면 등 즉석라면을 처음 개발한 일본 라면 회사 닛신푸드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예전에는 즉석라면을 먹지 않았던 중산층 소비자들이 이제는 즉석라면을 식단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고 전했다.
세계라면협회(WINA)가 집계해 누리집에 공개한 국가별 라면 섭취량 추이. 단위는 백만인분(그릇)이다. 세계라면협회 누리집 갈무리
식문화에 국수가 없는 나라에서도 라면 섭취량이 증가하는 점이 이 같은 설명을 뒷받침한다고 영국 가디언은 보도했다. 가디언은 “지난해 라면 총 섭취량이 네번째로 많은 나라는 인도였는데, 인도는 국수를 많이 먹는 나라가 아니”라며 “멕시코에서는 지난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격리 생활을 하며 즉석라면을 처음 접한 이들이 지난해에도 라면 소비를 이어가며 라면 섭취량이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국가별 1인당 연평균 라면 섭취량을 나타낸 그래프. 자료 출처는 세계라면협회와 세계은행(WB).
한국도 이런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한겨레가 세계라면협회의 라면 섭취량 자료를 세계은행(WB)의 국가별 인구와 비교해 1인당 연평균 라면 섭취량을 계산한 결과, 지난해 한국인 1명은 1년간 평균 76.5그릇의 라면을 먹은 걸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73.2그릇) 대비 3.3그릇 증가한 것이다.
1인당 연평균 라면 섭취량 기준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세계에서 1인당 연평균 라면 섭취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베트남으로 나타났다. 네팔(54그릇), 타이(53그릇), 인도네시아(51그릇)가 3∼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총 라면 섭취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홍콩 포함·약 450억그릇), 인도네시아(142억그릇), 베트남(84억그릇), 인도(75억그릇), 일본(59억그릇) 순이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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