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가자 남부 칸유니스의 무너진 건물 앞에서 땔감으로 죽을 쑤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의 일시 휴전 사흘째인 26일 전쟁 발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구호물자가 가자지구에 반입됐다. 하지만 이미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서 기아를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팔레스타인지부는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의 한 주유소 앞에 연료 배급을 받으려고 밤사이 사람들이 줄을 선 길이가 2㎞에 이르렀다고 밝혔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27일 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24일 일시 휴전 시작과 함께 가자지구에 일부 연료 반입을 허용했다. 유엔은 “필요한 양에 못 미친다”며 “사람들이 양식을 데우기 위해 나무 창틀과 방문을 뜯어 땔감으로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집트 당국은 26일 라파흐 검문소를 통해 연료 등을 실은 약 120대의 구호 트럭이 가자지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25일에도 187대의 구호 트럭이 가자지구에 도착했다. 유엔은 “(지난 15일부터 이스라엘군의) 치열한 공습이 이어진 알시파 병원에 구급차와 자동차가 전달됐다”고 밝혔다. 다만, 구호물품들이 주로 남부를 중심으로 배포되고 있다고 유엔은 밝혔다. 전투가 집중적으로 벌어진 가자지구 북부는 자원봉사자들이 안전하게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달 7일 일어난 이번 전쟁으로 인해 가자지구에는 약 17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유엔은 추정하고 있다. 겨울이 찾아온 가자지구의 기온이 떨어지면서, 담요와 매트리스, 방한 텐트 등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25일 가자 남부 라파흐 국경 인근 한 주유소 앞에 연료를 배급받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알자지라 방송 화면 갈무리
신디 매케인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이날 미국 시비에스(CBS)와의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사람들은 기근 직전”이라며 “어린이 영양실조가 거의 30%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 등 구호단체들의 피해도 심각해 민간인 지원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필리프 라차리니 유엔팔레스타인구호기구(UNRWA) 집행위원장도 이날 시비에스 인터뷰에서 유엔 직원이 가자지구에서 총 108명 숨졌다며 유엔이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직원을 잃은 적이 없다고 호소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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