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흐의 한 병원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숨진 아기를 바라보며 팔레스타인 가족들이 슬퍼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두 달을 넘기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사망자 숫자가 2만명에 육박한 가운데, 생후 17일 갓난아기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건물이 무너지면서 2살 된 오빠와 함께 숨졌다.
20일 에이피(AP) 통신은 19일(현지시각) 새벽 가자지구 남부 라파흐의 3층짜리 아파트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무너져 27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숨진 이들 가운데는 알 아미라 아이샤, ‘아이샤 공주’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여자 아기도 있었다. 아이샤는 지난 2일 전기가 끊긴 라파흐의 에미라티 병원에서 태어났다. 아이샤는 세상에 첫 숨을 내뱉고 17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2살 된 오빠도 함께였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아이샤의 할머니 수잔 조아랍은 떨리는 목소리로 “손녀는 겨우 2주를 살았다. 아직 이름을 정식 등록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19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무너져내린 가자지구 남부 라파흐의 한 건물 주변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모여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벌어질 당시 조아랍 가족은 아파트 1층에 모여 자고 있었다. 위층에 원래 살던 집이 있지만, 1층이 더 안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 가운데 최소 13명이 이번 공습으로 숨지고 말았다. 수잔 조아랍은 “머리 위로 우리 집 전체가 무너져 내렸다”며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에이피는 “21세기 들어 가장 파괴적인 이스라엘의 맹공으로 가자지구 주민 80% 이상인 약 190만명이 학교와 병원, 길거리 등으로 피난을 떠났지만 조아랍 가족은 전쟁 전 그들이 살던 집에 남았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10월7일 시작된 이번 전쟁으로 팔레스타인에서 18일까지 1만945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에이피는 “대다수는 두 달 반 동안 가자지구를 포위하고 가차 없이 폭격을 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인해 숨졌다”며 “폭격은 종종 가족들이 그들의 집 안에 그대로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아이샤의 부모는 목숨을 건졌지만 부상을 입었다. 엄마는 얼굴에 화상과 타박상을, 아빠는 골반에 골절상을 입었다. 수잔 조아랍은 아이들과 부모가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아이샤의 아빠가 입원 중인 병원에 숨진 두 아이를 데리고 왔다. 부모는 흰색 천에 싸인 아이들 주검을 차례로 품에 안고 눈물을 흘렸다. 수잔 조아랍 역시 “손주들을 지키지 못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손주들을 잃었다”며 통곡했다.
유엔(UN)에 따르면 18일 기준 가자지구 내 36개 병원 가운데 28곳이 운영을 멈췄고, 8곳 역시 부분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이런 참화 속에서 약 5만명의 팔레스타인 여성이 임신한 상태라고 세계보건기구(WHO)는 밝혔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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