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의 밤샘 공습으로 가족을 잃은 가자지구 알마가지 난민 캠프 주민들이 25일(현지시각) 다이르알발라흐 알아크사 병원에서 열린 대규모 장례식에서 애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크리스마스 기간에도 계속된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으로 수많은 이들이 숨지고 병원도 마비돼 다친 이들이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 조정국(OCHA) 소속 젬마 코넬은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알아크사 병원을 방문한 뒤 현장 상황에 대해 “완전한 대학살”이라고 말했다고 26일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그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습으로 심하게 다친 이들이 병원으로 실려 오더라도 이미 대기 중인 환자가 너무 많아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태다.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에만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병원 인근 지역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발생한 뒤였다. 코넬은 머리를 크게 다친 9살짜리 소년이 병원으로 실려 왔지만 치료를 받지 못해 결국 사망한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보건부는 알마가지 지역에서 이날 최소 70명이 이스라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많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을 피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한 알마가지 지역에서 머물고 있었다. 톰 화이트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기구(UNRWA) 가자지구 담당 국장에 따르면, 최근 가자 지구 중심부에서만 약 15만명에 달하는 이들이 이스라엘군의 대피 명령을 받은 상태다.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5일 가자지구를 방문한 뒤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계속될 것임을 재확인했다. 그는 하마스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전쟁은 지난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스라엘에서 12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상당수가 민간인이었다. 하마스는 약 240명을 납치했고 인질-수감자 교환 협상으로 일부가 풀려났지만 여전히 130여명이 억류 중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중심으로 거센 보복 공격에 나섰으며 하마스 보건부 추정으로는 팔레스타인 주민 약 2만67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어린이와 여성이다. 최근 이집트가 양쪽에 휴전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협상 타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