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밖으로 커지는 분쟁…중동 불안 계속
예멘 후티 반군이 군사 시설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대대적인 공습에도 굴하지 않고 또다시 미국 화물선을 공격했다. 이란도 같은 날 이라크에 있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기지를 파괴하는 등 중동 곳곳에서 긴장이 더 한층 고조되고 있다.
중동을 관할하는 미 중부 사령부는 15일 “후티 반군이 마셜제도 선적 미국 (회사) 소유 컨테이너선 ‘지브롤터 이글’을 향해 대함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야흐야 사리 후티 반군 대변인도 이날 밤 성명을 내어 “아덴만에서 미국 선박에 군사작전을 수행했다. 정확하고 직접적인 타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12일) 예멘 침략에 가담한 미국과 영국 선박 모두 적대적 표적으로 간주한다”면서 우리의 “대응은 필연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후티 반군의 또다른 대변인 나스루딘 아미르는 알자지라에 “꼭 이스라엘로 향해야만 목표로 삼는 건 아니다. 미국 선박이기만 하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배를 운영하는 ‘이글 벌크 시핑’도 별도 성명을 내어 “사상자는 없었으며 화물칸에 약간의 손상이 발생했다”며 “선박은 현재 안정적인 상태로 아덴만을 벗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슬람 시아파의 분파인 자이드파에 속하는 후티 반군은 지난해 10월7일 가자 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이스라엘 관련 선박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홍해에 다국적 함대를 꾸려 대응하다가 후티 반군의 공격이 그치지 않자 지난 12일 영국과 함께 후티 반군의 군사시설에 대대적인 공습을 벌였다. 이튿날인 13일엔 미국 단독으로 후티 반군의 레이더 시설을 표적 삼아 추가 공습했다. 후티 반군의 이날 움직임은 미·영의 공격에 굴하지 않고 앞으로도 홍해를 지나는 배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은 15일 ‘스카이 뉴스’에 출연해 추가 공격 가능성을 묻는 말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 전쟁을 진행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홍해 항로를 위협하고 있는 후티 반군의 배후에 있는 이란은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직접 공세에 나섰다. 이란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15일 성명을 내어 “탄도미사일이 밤 사이에 반이란 테러단체의 첩보 센터와 집결지를 파괴하는 데 사용됐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이란이 이날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의 기지가 있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지역인 아르빌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이라크 내 쿠르드 자치정부 보안국은 “이번 공격은 범죄”라고 반발하며, 민간인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아르빌 공항은 운영이 중지됐으며 미사일 일부가 쿠르드족 고위 관료의 집에 떨어져 주요 인사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시설을 공격하면서 이스라엘과 반이스라엘 ‘저항의 축’의 중심에 있는 이란이 직접 충돌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공격은 지난 3일 이뤄진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이슬람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 때 발생한 폭탄 테러로 80여명이 숨진 사건 등에 대한 보복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