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수석대표, 핵무기 증강의사 밝힌 뒤 “금융제제 해제” 재촉구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를 계기로 미국과 양자협의를 기대했으나 거부당한 6자회담 북한 수석대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13일, “6자회담 재개가 늦어져도 나쁘지 않다. 그 사이 우리는 더 많은 억지력을 만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부상은 이날 일본을 떠나기 전 숙소인 아카사카프린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핵무기 증강 의사를 밝힌 뒤, “그게 싫으면 우리가 회담에 나올 수 있는 조건을 미국이 마련하라”며 금융제재 해제를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많은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의지만 있다면 순간에 되는 것”이라며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의 동결된 자금을 돌려주면 그 순간 회담장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상은 이어 “우리는 조선(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양보는 다했다”며 “우리의 참가 없이 비핵화 문제를 실컷 토론해 보라. 비핵화가 될 것 같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북-미 접촉 불발에 대해 “미국의 입장을 최종 확인하기 위해 만나려 했으나 결국 못 만났다. 만남을 피하는 것을 보니 할 말이 없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위조지폐 문제를 악용하고 있다. 이 문제는 협의로 풀어야지 압력으로 되겠는가”라며 “우리는 최대한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며, 우리의 전통적 전법대로 정면돌파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9·19 공동성명에서 핵포기 의지를 공약했는데 그 뒤 우리에게 가해진 것이 자금동결 아닌가”라며 “말로 하던 제재를 행동으로 옮긴 미국은 정치·경제·군사적 압력을 가해 핵포기를 이끌어내려 하는데, 내가 이런 압력을 받아가며 미국 쪽 단장과 마주해야 하겠는가”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북쪽의 행태에 비춰 예상 가능한 반응”이라며 “심사숙고한 정치적 발언인지 아닌지 시간을 두고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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